2010년 8월 28일 토요일
오늘도 팔공산이다.
여름산을 여기저기 다녀보지만 산을 제대로 보는 날은 거의 없다.
날씨는 언제나처럼 희뿌연게 비안개를 드리우고 있고, 그러니 보는 시야도 흐리고 또한 사진을 찍어도 가까운데 외에는 늘 흐리다.
팔공산 가는 803번 시내버스를 탔다.
초록색 길
버스를 내리니 지난번 공사하던곳에는 아직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하다.
다리는 한결 이쁘게 놓인것 같은데... 하긴 돈들여 안좋은거 별로 있으랴마는...
선본사로 올라가는 길
풍요한 가을을 기다리며...
선본사 대웅전도 공사중이다.
선본사에서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삼층석탑 --- 지난번에 아들과 올랐던 곳
줌으로..
주능선 길로 가는 가장 빠른길은 선본사 오른쪽으로 열려 있다.
등로가 패여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낸채로도 꿋꿋이 서 있다.
은해사에서 올라오는 지능선과 합해지고...
은해봉이다.대구매일신문에서 '팔공산하'를 연재하며 여기 봉우리를 지도에 '능선재"라고 표시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던 그 장소. 하긴 여기는 봉우리지 '재'는 아닌데...
이 봉우리에서 어디로 가볼까 망설이다 동봉쪽으로 향했다
내림길을 가다 팔공컨트리클럽쪽으로 내려다 보지만 가득히 운무만 있을뿐 조망은 하나도 없다.
바위위에 앉아 물한모금 마시며 바위틈에 자라는 바위채송화 한 번 찍어본다.
가득한 운무
주등산로 28번 지점의 느패재, 그리고 헬기장
억새들도 화려한 가을잔치를 준비하는듯....
삿갓봉으로 가는길 --- 오늘 약간 미끄럽지만 우회로를 가지않고 바위를 타기로 한다.
바위위에 올라봤자 별로 볼것도 없지만... 바위들은 정말 멋지다.
종주능선 34번의 삿갓봉이다.
삿갓봉을 내려서 천천히 걷고 있으니 뒤에서 누가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부산에서 오신 이 분 동봉으로 간단다.
나도 그럼 그쪽으로 갈까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이 양반 걸음이 너무 빠르다.
자기는 20Km산길을 5 ~ 6시간이면 걷는단다. 그래서 도마재 앞봉우리에서 먼저 가시라하고 내혼자 천천히 가기로 했다.
그전까지 신녕재로 불리던 도마재다.
등산안내도는 무슨 연유로 누워있는지?? 여기서 또 망설인다. 동봉으로 갈까, 치산으로 갈까.
에라 모르겠다, 동화사쪽 폭포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폭포골의 깊고 짙은 골짜기에도 운무가 가득하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여럿 합쳐지니 제법 물소리도 커진다.
근래 자주 내린 비로 깨끗한 물이 수량도 좀 많다.
다시 폭포골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고 폭포를 찍으러 아래로 가본다.
위에서 본 폭포
아래에서...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넘치는 물줄기가 보기만 해도 너무나 시원하다.
폭포골을 따라 바른재로 올라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 능선을 잡아타니 마애불능선이다.
지난번 뱀 만났던 곳에서 골프장쪽을 보니 그새 구름이 걷혔다.
멀리 환성산까지도 보인다.
대구스타디움쪽을 줌으로 당겨 찍었는데 흐릿하다.
금당능선을 넘어 정상부에도 한가득 구름을 덮어쓰고 있다.
줌
삿갓봉에 올랐다가 다시 바른재로 간다.
뒤로 팔공약수터가 있는 바른재에 도착
팔공약수터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졸졸 흐른다.
바른재에서 은해봉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운부암능선을 탈려다가 한눈 파는사이 지나쳐 버렸다.다시 돌아 갈려다 그냥 은해봉쪽으로 간다.
은해봉 오르다 바위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시원한 물김치와... 그러고보니 다 김치뿐이다.
은해봉 우회길로 돌아 지능선에 올라 내려다본 하양과 금호쪽
이제 방향을 은해사로 정하고 은해사능선으로 간다.
줌
건너편 갓바위
갓바위 아래로 왼쪽 아래에 삼층석탑이 조그맣게 보인다.
아침에 올랐던 길
은해사 능선과 기기암 능선이 갈라지는 곳
은해사능선으로 내려오다 만년송과 중암암쪽을 버리고 다시 운부암 능선아래 계곡쪽으로 내려 가본다.
사진은 건너편 운부암 능선의 바위군
운부능선의 깊은 계곡이 시작되는곳으로 떨어진다.
계곡의 시작점
계곡옆으로 타고 돌면 잘생기고 큼지막한 바위들이 곳곳에 버티고 서있다.
계곡을 따라 이쪽 저쪽 왔다 갔다하면서 내려오다보면...
길은 처음에 많이 희미하다. 거의 감으로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고마운 시그널
이 계곡도 점점 물이 불어나며 소리도 커진다.
운부암 입구쪽으로 내려 갈려다가 근래 인종태실을 단장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그리로 한 번 가본다.
계곡을 버리고 다시 산으로 발을 붙여 능선을 향해 치고 오른다.
체력이 다했는지 오름길이 이제 좀 버겁다.
태실봉을 지나 헬기장을 만나고...
다시 하나의 봉우리를 올라서면 인천채씨의 묘가 있다.
다시 뚝 떨어지는 길을 내리고 안부를 지나 힘들게 한 봉우리를 더 오르면...
태실이 있는 봉우리다.
과거 훼손된 석물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문화재적 가치는 몰라도 흉물스럽다.
그전엔 어지럽게 널려 보기가 흉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옛석물을 살릴것은 살리고 새로 다듬어 만든것도 있는데 왠지 조화롭지 못하다.
세월이 얼른 좀 흐르면 표시가 안날려나...
태실에서 신일지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지만 넓다.
공사를 하며 아마도 경운기라도 다니지 않았을까??
운부암쪽 계곡의 물이 모여드는 신일지
산사는 대체로 조용하다. 은해사에서 시원한 물 한잔 마셨다.
사천왕문이 있는 보화루와 저 안에 극락보전
인공으로 만든 폭포에 물소리가 청아하다
이곳은 겨울에 물을 가두어 얼음이 얼면 스케이트장이 되기도 하는데... 폭포도 얼면 금상첨화
300년 적송이 몸을 굽혀 늦여름 잔치를 하고, 고고한 솔향이 천지에 나부끼고 있다.
은해사 일주문을 나서며...
집단시설지구 공사중인 곳을 빠져 나오며 돌아본 팔공산
약 6시간쯤 걸었다.
여름 끝자락은 아직도 위세가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무서운 땡볕이라해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어쩔 수 없는거 --- 이제 곧 가을이 기세등등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다같이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일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