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일요일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사는 도시속의 일상
팍팍한 삶이 나의 등을 산으로 떠미는 건 아닐런가?
도시만 벗어나면 마음으로도 여유롭다.
세상살이에 수척해진 몸과 마음을 자연의 보약으로 채우러 산으로 간다.
하늘은 시집못간 노처녀 인상마냥 잔뜩 찌푸려있다.
(노란색 길)
은해사 입구 --- 음식솜씨 좋은 두꺼비식당 오른쪽으로 집단시설지구 공사중이라 조용하다.
은해사 일주문쪽이 아닌 치일교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돈은 까짓거 얼마 않되지만 은해사 입장료를 안내고 들어가는 방법중의 하나다)
고샅길을 지나면 '치일지' 못둑이 보이고...
못둑으로 올라서면 너른 치일지 --- 물이 가득하다.
치일못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벽진이씨 묘지가 나오고...
묘지 뒷쪽으로 난 길을 다시 따라 올라가면...
청주한씨 묘지가 나온다.
다시 묘지 뒷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도랑위에 나무 빤떼기 다리를 건넌다.
도랑가에 곱게 피어난 물봉선
도랑을 건너면 또다른 묘지 한쌍이 나오고 그 뒤는 대숲이다.
대숲이 끝나면 목책이 나오는데 무슨 용도 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은해사 지구를 알리는 경계인듯...
목책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벌써 산길에 꿀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잎 떨어진 아카시나무 사이에 '단군성조제단'이란게 있다. 이건 또 무슨 용도레...
은해사 옆쪽 능선에 있는 수림장으로 가는 길이 있고...
은해사에서 수림장용도로 쓸 소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가꾸고 있다.
뒤쪽 능선은 태실봉과 중암암 뒷능선이다.
소나무숲에 쌓여있는 은해사 시설지구. 멀리 산줄기는 무학산능선이다.
줌
멀리는 청통들녘
그 안쪽으로는 은해사 절집이다.
줌
능선길에 오르면 길은 좋다. 흐린 날씨에 조망만 시원하게 보인다면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신일지(신일지는 치일지보다 나중에 만들어서 그렇게 부르는가보다)와 애련동네 갈림길
소나무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 마시며 걷는 길 --- 팔공산이 주는 넉넉한 혜택을 온몸으로 느낀다.
한 봉우리를 쳐올랐다.
건너편 능선 --- 중암암 뒷능선인데 구름을 가득 쓰고 있다.
안개구름 덮은세상, 여름산에서 경치를 제대로 보기란 쉽지 않은 일 --- 그 산길이 조용하기 그지없다.
요게 뭘까요???
또다른 한봉우리를 쳐오르는 걸음마다 가쁜 숨이 마구 흩어지는데, 멀리 청통들녘이 조망된다.
줌--- 들녘너머는 금호읍내다.
무덤터였던가???
무덤터 뒷쪽으로 오르며 내려다 보는 풍경
청통을 넘어 영천시내 아파트단지도 희미하게 조망이 된다.
사면길을 버리고 봉우리를 치받아 오르니 돌담같은게 보이는데 묘적암(지도에는 봉산사로 돼있다. 봉삼사는 묘적암의 옛이름이다.) 뒷쪽 능선이다.
조망없는 봉우리를 내려서면 사면 돌아오는 길과 만난다.
그리고 곧바로 나타나는 바위, 바위들, 그리고 그 바위윗쪽으로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다만 흐릿한 날씨의 영향으로 그리 깨끗하지가 않다.
운부곡 은해사 너머 청통과 와촌들녘
다른 블로그를 둘러봐도 이 바위들을 소개한 곳이 없었다. 바위 이름 좀 지어줬으면 좋겠는데...
돌아본 묘적암뒷봉우리 --- 그 왼쪽으로는 신녕소재지다.
신녕소재지를 당겨보고...
그자리에서 방향을 살짝 왼쪽으로 돌리면 거조암쪽 --- 신원지가 보인다.
또다른 바위에 올라 청통 와촌쪽으로...
내 인생도 쉬지않고 부지런히 나아가면 이런 좋은곳을 보여 줄란가???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
건너편 중암암 뒷능선
무슨 전설이 잠들어 있으것같은 바위, 바위들...
전망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안신원골
줌
멀리 조림산이 우뚝하다.
궂은 날씨는 거조암능선위에도 머물러 있다.
날씨의 심술, 올 여름내내 주말이면 이렇다.
이런 날씨를 극복하는 법이란 그저 거기에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을 터...
골깊은 운부계곡 --- 너른 팔공의 품에 안기면 사람도 풍경이 될 수있다.
건너편 바위
거조암 능선아래 안신원골 쪽이다.
신원골과 신원지가 보이고 멀리 구름 덮어쓴 화산줄기 아래로 신녕소재지가 포근하다.
신원지와 거조암쪽
신녕면
너럭바위
과분한 경치를 실컷보고 조심스레 바위를 내려와 좀더 진행하면 운부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그 길에서 좀더 진행하면 요런 오뚜기같이 생긴 바위가 나오고...(누군가는 눈사람 바위라고...)
뒤에서...
이게 참취다. 꽃은 진짜 엉성해 보이는데 곰취와 더불어 나물로 먹는단다.
구절초
운부암 앞쪽으로 오는길과 만나는 곳 --- 이쯤에서 흐린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걸보니 여름은 아직 미련이 남아 산을 내려가지 못하고 있나보다.
결국 31번 (지도상에는 27번) 주능선으로 가기를 중단하고 이 안부에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기로...
베낭에 덮개를 씌우고 계곡의 물소리따라 터덜터덜 발걸음이 쓸데없이 바빠진다.
지계곡을 왔다리 갔다리 몇번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자연과 상황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산, 배우는 사람.
운부암 앞쪽 어드메쯤에서 만난 단비
정상 등로를 찾고...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빛이 참 맑고 투명하다.
운부암 앞쪽으로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면...
운부암으로 오르는 시멘트길이 나타난다.
운부암은 들리지 않고 바로 은해사로 내려간다. 하늘은 여전히 찌푸렸지만 비는 잦아 들었다.
세월의 두께들...
물살은 한눈 한번 팔지않고 부지런히 계곡을 따라 흘러흘러...
이 못에서 모인다. 뒷쪽에서 바라본 신일지
물 한잔 마시러 들른 은해사 경내--- 천년의 시간이 머물러 있는 절이다.
은해사 앞의 절벽
은해교 끝의 하마비
은해사를 벗어나며 쳐다본 출발할때의 수림장터 능선
줌
날씨만 아니었다면 주능선까지 올랐다가 은해봉을 거쳐 중암암 뒷능선으로 하여 은해사로 돌아오는 코스를 애초 그렸는데 비가 겁을 주는 바람에 못이긴척 내려오고 말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레벌떡 내려오는 계곡길이 유난히도 멀게 느껴지기도 한 운부곡길.
흐르는 세월이 아쉬울때, 삶이 야속할 때엔 그저 툴툴 털어버리고 산으로 가자.
오름길의 거친호흡 속으로, 물기 머금은 숲속의 쉼호흡속으로 가슴 저 ~ 밑의 세상의 때를 토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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