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어느덧 오월의 끝자락이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데 그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채 한계절이, 아니 세월이 가고있다.
꽃들로 수놓았던 산천에 문밖을 나서면 눈에 들어 오는건 온통 신록이다. 날씨는 대체로 흐린편이다.
가까이 있다고 무심했던 산, 그러나 타박하지 않고 말없이 기다려 주는 산 --- 경주시 현곡면의 구미산으로 간다.
차를 용담정아래 주차장에다 대고 왼쪽부터 눈으로 한바퀴 휘 ~ 돌면 마음으로 먼저 한산행 하는거다.
산으로 병풍을 둘러 싼듯한 골짜기 --- 그 깊은 곳에 '용담정'이 있다.
주차장 한쪽 들머리쪽에 안보이던 '공원지킴터'도 생겼다.
역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맡겨 놓으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
0.8Km, 약 40분여를 가파르게 치받아 오르면 능선길에 닿는다.
고도는 얼마 아니지만 오르는 맛은 만만치 않다.
헉헉거리고 땀흘리며 오르는 산객을 비단결같이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휘감으며 맞아준다.
전날 온 비때문인지, 아니면 아침에 살짝 비를 뿌린건지 알 수없지만 능선길은 촉촉하다.
물기 머금은 낙엽깔린 산길을 걷는 기분이 좋다.
산속에 귀한 '산작약'이 커다란 몽우리를 맺었다.
제 키를 돋우어 인사를 건내는데 어찌 모른 척 그냥 지나치리오.
무릎꺽고 앉아 눈길 맞추면 이 생명은 향기 뿜어 산객의 피곤함을 씻어주나니...
전망대에서
구름아래에 놓인 단석산과 오른쪽의 오봉산, 그 아래 건천소재지
줌
이번엔 경주시내 방향
멋없어 보이던 회색빛 도시가 그럴듯한 풍경으로 내려다 보인다.
정상의 삼각점
정상에서 본 현곡방향
오랜 세월동안 마을을 굽어보며 산은 이렇게 우뚝 서있다.
줌
쥐오줌풀꽃
이후의 내림길은 제법 까칠하고 불친절하다.
발가락 끝에 힘을 꽉 주는 집중이 필요하다.
내리 쏟아지는 길을 걸리는대로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내려서면 날머리쪽이 보인다.
꿀풀
꽃을 하나씩 따서 빨아보면 꿀이 한방울씩 나온다.
찔레꽃
화장실옆으로 날머리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지친어깨 내려놓고 홀가분한 맘으로 이제 용담정으로 들어서 본다.
용담정을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에 용담과의 이쁜 '작은구슬붕이'들이 한가득이다.
용담정 --- 천도교(동학)의 발생지이며 최제우 대신사께서 '용담유사'를 쓴 곳이다.
시간의 힘으로 바위를 깍아내는 저 물줄기
사람에 쌓인 시간은 '삶'이 되고, 자연에 쌓인 시간은 '풍경'이 된다.
대나무에서 새나오는 약수 한잔 마시고...
겹겹이 눌러 쌓인 바위 절벽
바람과 물, 그리고 세월이 깍아낸 이 절경앞에 우리네 인간의 삶이란 '찰라'가 아니런가...
때죽나무 --- 꽃의 향기가 몽환이듯 진하다.
오월의 자연은 정말 화려하다.
눈부시게 화사한 꽃들이 지고난 자리에 다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초록빛들이 익어 가고 있으니...
봄은 자연과 인간에게 색을 선물하고 꼬리를 감추려 하고 있다.
한결같지만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산을 한번 더 쳐다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