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4일 일요일
세상일이 아무리 바삐 돌아도 여유를 가져보자고 수없이 되뇌이지만 인간세상에서 배운 타성이란 어쩔수가 없나보다.
산에 들때만큼은 도시속에서의 습성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에 안기는게 옳은 산행법이란걸 알면서도 늘 빨라지는게 습관이 됐다.
산자락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가 극복해야할 것이란 도심속의 안락함과 이기적인 욕망외에도 '빠르게, 빠르게 쫒아가는 타성'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 새겨야 할 터.
마라톤이다 뭐다해서 기록과 등수에 매달리다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산으로 간다.
봄이면 늘 만나고 싶은 단석산의 봄, 그 중의 백미인 진달래 능선으로...
노란색 길
출발은 오늘도 송선리 절골에서 시작한다.
산자락엔 이제 막 돋아나는 연한 초록의 잎새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들머리에는 하얗게 핀 설류화가 얼치기 산객을 맞이하는데... 기분이 좋다.
들머리 산언저리에서 돌아본 송선리 절골마을 --- 타고온 내 차가 도로가에 서있다.
건너편 능선
평해황씨 묘지를 지나고...
묘지에서 본 송선저수지
능선길을 따르지 않고 사면길을 따라도니 너덜지대가 나온다.
능선을 향해 올라가는 길
산자락아래에선 벌써 진달래는 피었다지고, 연달래가 꽃망울을 맺고 있다.
505봉 직전의 안부와 만나다.
505봉에는 오래된 무덤이 한 기있다.
505봉 옆의 바위 전망대에서... 20번 국도가 길게 뻗어 당고개를 넘고있고, 우중골마을이 아래로 보인다.
멀리 장육산과 발백산쪽
당고개에서 오봉산으로 가는 낙동정맥의 능선이 이어지는 길도...
이후론 묵은 낙엽들이 발목까지 푹푹 잠긴다. 느낌이 좋다.
등로 양옆으로 활짝피어 산객을 반기는 꽃들, 미미한 존재감이지만 바람에 한들거리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참하고 이쁜 야생화.제비꽃
현호색
노랑제비꽃
개별꽃
똑바로 가면 정상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전망바위로 가는 길
625봉 직전의 전망바위
전망바위에서 본 풍경
멀리 남서쪽 방향으로 억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까운데는 몰라도 멀리는 조망이 흐리다.
장육산 방향
낙동정맥 능선
지능선 너머로 단석산 정상이 희미하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엔 꽃잔치가 벌어져 이제 막 움돋아 반짝거리는 새싹들과 어우러져있고...
신선사 갈림길에서 능선길을 버리고 신선사쪽으로 내려가본다. '탐방로'아니라고 금줄이 쳐져있지만...
신선사로 내려가는 길은 꽤 가파르다.
윗쪽에서 본 신선사 풍경
산령각
산령각옆의 깊은 골짜기
산괴불주머니 --- 신선사 주변엔 이 산괴불주머니를 비롯하여 개별꽃과 피나물꽃이 한데 어울려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게 '피나물'이다!!!
괭이눈
신선사 마애불상군을 지나면 된오름길이 시작되고, 진달래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오름길이다. 앞에 단체산행객들이 왁자지껄하게 무리지어 즐거운 산행중이다.
건천시내 모습과 건너 구미- 용림산 줄기
용림산에서 경주대학교가 있는 선도산까지... 그리고 방내들녘
가까이 보이는 곳이 진달래능선이다.
줌으로 당겨보니...선홍빛 피를 흩뿌려놓은듯하다.
정상부근에 핀 진달래
정상엔 단체산객을 비롯해 많은 산객들이 모여있다.
신속하게 정상석 사진 하나찍고 진달래능선쪽으로 하산 시작..
공원지킴터 옆에서 본 진달래능선
줌으로 당겨보니... 능선길을 중심으로 동남쪽 사면에는 거의 피었는데 북사면쪽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다.
노랑제비꽃이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
본격적인 진달래능선에 진입한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꽃,꽃...
생강나무꽃도 아직 남았다.
진달래능선 남쪽 사면에서 돌탑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줌으로 당겨보니...
뒤돌아 보면... 정상에서 비지고개로 가는 능선
줌으로 당겨본 정상
입암산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데는 가지산, 고헌산을 비롯한 영남알프스다.
돌탑전망대에서 본 정상부
돌탑전망대에서 본 방내지 방향, 방내들녘
줌으로 당겨본 방내지
방내들녘
방내지 갈림길
방내지 갈림길에서 산사면으로 난 길을 따르지않고 능선을 따라 642봉으로 올라간다.
642봉 정상에는 돌탑들이 여러 기 있다. 누구의 정성인지...
그러나 조망은 잡목들때문에 볼 수 없다.
모시각단 갈림길을 만나고.. 공동묘지같은 무덤들을 지나...
외로워보이는 마애불앞에 선다.
두 손을 모으고 삼배를 한다.
'힘없고 나약한 중생, 지은 죄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살았냐?'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이렇게,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찌하면 좋으리까, 어찌하면 좋으리까...'
'그게 다 ~ 니 업이다.' '그럴테지요...'
'부처님, 차카게, 열씨미 살겠습니다. 불쌍한 중생 이만 물러갑니다.'
그길로 바로 능선으로 치받아 오르면 전망바위가 나온다.
전망바위에서 본 경주시내방향 --- 선도산만 보일뿐, 희뿌연게 아무것도 안보인다.
줌 --- 부산으로 가는 고속국도와 선도산아래 경주대학교 건물 일부만 보인다.
선도산 너머가 경주시내고 그 너머는 토함산방향이다.
장군바위로 가는 줄기에는 새순들이 연초록빛을 보석처럼 발하며 봄을 익게하고 있다.
그 너머는 건천소재지다.
장군봉아래로 보이는 송선지와 홈골저수지
늘 자연처럼 살고싶다고 되뇌이면서도 나는 뭔가? 인공으로 황폐해져버린 인간아 ~ ~
정상방향
좀전의 642봉(왼쪽)
정상부
홈골의 깊은 계곡 --- 건너편 능선이 올라가던 길이다.
바위벽 뒤로 보이는 642봉
작아서 나처럼 세상에 미미한 존재들이지만 눈살짝 맞추면 방긋이 웃음으로 화답하는 이쁜곷
월성이씨 무덤을 지나면 곧바로 왼쪽길을 따라야 한다.
직진을 하면 장군봉을 거쳐 건천요금소 쪽으로 가는 길.
저 연초록 잎새들을 밀어 올리기위해 나무들은 그 추운 겨울에도 얼마나 부지런히 준비를 했을까?
홈골저수지
날머리에서도 새하얀 설류화가 바람에 흔들리며 지친 나그네를 위로하고 바래준다.
뒤에서 본 송선저수지
4시간 걸었다.
'길'을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공부한다는 게 늘 이런 식이다.
'도로'에 익숙한 나는 늘 산길에서도 '빠르게, 빠르게'가 되어 버린다.
꽃, 햇살, 바위, 나무, 바람에 요상한 풀까지...
걸음을 멈추게 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유혹을 하는데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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