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혹한의 비로봉

자유의 딱따구리 2011. 1. 19. 15:18

2011년 1월 16일 일요일

토요일 산에갈려다 매서운 바람앞에 꼬리를 내렸다.

복잡한 집안일에 날씨를 핑계로 산은 일단 접고 겸사겸사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처리해 버렸다.

그리고나니 일요일, 별로 할 일이 없어진다.

토요일 , 아들한테 영화 한 편 보여줬으니 일요일 산에 가자고 유혹했다.

의외로 쉽게 낚인다.그러나 걱정이다. 일요일엔 날씨가 더 춥단다.

나 혼자라면 어떻던 날씨가 무슨 상관이랴만 아들을 델고는 좀 거시기하다. 혹 ~~

그렇지만 온실의 화초처럼은 키우고 싶지않다. 기어코 데리고 나선다.

34년의만의 강추위 --- 문을 나서니 기다렸다는듯, 세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맹수처럼 잡아먹을듯  달려든다. 기세가 만만챦다.

몇 십년만의 추위다 보니 근래 유행하는 구제역 방역초소의 물들도 얼어붙었는지 나오지않는 시골길을 달려 치산관광지 입구에 도달한다.

입구에서 좀 더 계곡으로 파고들면 치산댐을 지나 수도사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강추위탓인지 평소 보이던 몇몇 산객들도 흔적이 없다. 날씨가 적쟎은 산객들을 방안에 가두어 버렸나??

잔설이 서남릉쪽보다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치산계곡의 눈들은 거의가 얼었다. 

노란색 길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의미를 잃었다. 꽁꽁 얼어붙은 옛길에 얼음위로 가면된다.

아들 --- 중무장했는데 아직은 팔팔하다.험한 길이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든든하다.

내아들이라서 더더욱...

다리아래의 모습 --- 모두가 꽁꽁 얼었다.

골깊은 치산계곡의 한겨울이 진실로 겨울답다.

치산폭포 갈림길

 

계곡으로 들어서니 기세등등한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덤벼든다.어쨋던 온몸으로 막아야한다.

물줄기가 몽땅 얼어붙은 폭포가 가히 장관이다.

높이와 폭 모두가 이름값을 하더니 즐겁게(?) 춤을추다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얼어붙은 폭포지만 위세는 더 당당해 보인다, 그 앞에 선 내 아들처럼...ㅎㅎㅎ

나도 한 컷

 

 

위에서 내려다본 치산폭포의 모습

 

아들은 발이 시리다며 칭얼대기 시작한다.나도 발가락 끝이 아려오지만 내색을 못하겠다.

발을 동동구르는 아들한테 쫌만 있으면 열이 난다며 달랜다.

빨간색의 현수교

현수교 위에서 계곡 아래쪽으로...

 

진불암 갈림길에 섰다. 진불암을 들리지 않고 바로 오르기로 한다.

 

골깊은 계곡 --- 골골마다 꽁꽁 얼었다. 물 흐르던 길에도...

 

 

정상쪽으로 가는 두갈래길 --- 선택은 각자의 몫 아니던가?

우리는 계곡쪽의 길을 택했다.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반짝이는 사면의 눈이 눈을 시리게 한다.

 

계곡의 선 나무들도 혹독한 겨울을 즐기는듯 지들끼리 부대끼며 끼륵끼륵 소리를 내고 섰다.

눈덮인 산에 조릿대만 독야청청

 

 

고목이 남긴 짧지만 두꺼운 서사를 읽고...

 

바알간 볼에 숨을 헉헉거리며 아들이 잘도 따라온다, 아직..

설경의 산이 좋은지 지 휴대폰을 꺼내어 겨울풍광을 담는다.

바람이 없는 곳이 없겠지만 그래도 바람  잠잠한 곳을 골라 점심 준비를 한다.

동장군의 기세에 가스도 얼었는지 화력이 영 ~ 시원치 않다. 보온병에 준비해온 뜨거운 물을 부어니 화력이 살아나고... 김치 넣고 오뎅 넣고 끓여낸 라면 --- 추위와 상관없는 왕성한 식욕에 자연의 맛을 더해 맛있게 먹는다. 뜨끈한 국물이 제 맛이다. 무엇보다 아들이 좋아한다.

식사가 끝나고 조금 오르니 능선쪽 오름길과 만난다.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비로봉쪽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니 아들 조금씩 힘들어 한다.설상가상 눈길에...

 

 

정상쪽 헬기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헬기장에 올라서서 바라본 비로봉쪽

석조약사여래불

아들한테 동봉갈까, 비로봉 갈까 물으니 비로봉으로 가잔다.

우선 지가 선자리에서 보기는 동봉이 가까웠을테지... 비로봉으로 가는 길 --- 결코 맘만치 않을텐데.

비로봉 오름길에 본 서봉

그대로 돌아서면 동봉이다.

 

저 멀리 대구 월드컵경기장까지...

비로봉 정상쪽 능선에 올라서니 아침에 현관문 나설때보다 더한 바람이 또 기다렸다는듯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든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에 여기는 팔공산 비로봉. 매운 바람이 볼때기를 칼로 싹싹 그리는 듯하다.거기다 겨울 날씨 정말로  바람이 열쇠다. 나무마다 서리꽃이 피었다. 

 

 

 

잎떨어진 가지에도 하얗게 상고대가 달렸고...

철조망에도 서리꽃이 달려있다.

청운대와 오도암쪽

비로봉 정상에선 아들 --- 장하다!

 

동산계곡아래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쪽

세찬바람에 밀려오는 추위탓에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곳곳에 얼어붙은 눈으로 미끄러워 조심조심...

다시 헬기장쪽으로 내려와서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아까 만났던 길 --- 지금부터는 능선길로...

 

 

 

 

 

 

 

저 아래 진불암이 보인다.

멀리는 조림산과 그 뒤로 의성 선암산까지...

오른쪽 능선의 투구봉과 청석배기 --- 겨울산의 골격이 제대로다.

 

코끼리바위봉으로 가는 능선

 

 

 

눈위에 어느 산객이 부처를 그려 놓았다.

부처의 엷은 미소가 꽃같다. 무늬도 색깔도 없는 저 웃음이 인간들을 적막으로 가두는 무수불위의 힘이다.

 

잡목들 사이로 보이는 진불암

진불암 갈림길에 섰다. 내림길에 들리기로 했지만 아들이 힘들어 한다. 바로 내려 가기로...

 

계곡길과 만나는 길까지는 엄청난 경사다. 눈쌓인 경사길 ---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아침에 오르던 그 길을 거꾸로 돌아내려...

 

 

다시 현수교

 

 

 

자연이 빚어낸 작품

수도사 근처 주차장에는 차들이 한 대도 없다.

날씨가 이렇게 추우니 바람이 산객들을 모두 집안에 가두어 버렸나보다.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아 ~ 힘들어요!' 한다.

주어진 한 생, 다부지게 살아라고 말해 보지만 우이독경이다.

오늘 아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아버지의 무능과 불운과 무기력을 감히 엿볼까봐 일부러 없던 힘까지 더내며 호기를 부렸는데...

험한 한세상 살아갈려면 오늘의 추위보다 더한 시련 마주할텐데...

아비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들은 언제나 철부지일 뿐이다. 나 또한 그러하리니...

그래, 내 마음의 욕심을 버리자.

깨어있는 영혼의 파수꾼이면...

자연을 좋아하는 수호천사라면...  아니, 그 또한 욕심이 아닐런가...

괜히 아들의 뒷꼭지를 한번 쓱 스다듬어 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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