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팔공산 비로봉 -- 2

자유의 딱따구리 2008. 10. 22. 07:25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들려오는 염불소리에 잠시 박자 맞추며 상념에도 젖어보고,

멀리 이어져 있는 산줄기들을 일저리 둘러보며 저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인데 언제 가보고 무엇을 보고 느끼고 왔는지 다시 한번 지난 기억들을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쉬자니 햇볕이 따갑습니다.

다시 길을 이어갑니다 

 

 

 군부대쪽으로 접근을 하니 철조망이 2중 3중으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어차피 비로봉 정상은 부대가 점령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냥 우회하며 그 곁두리만 볼 수 있는 입장입니다.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길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드문드문 보이던 시그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팔공기맥 하는 사람들도 이즈음에서 끝내버리는 모양입니다.

 철조망을 따라가며 뒤돌아 본 쉬었던 암봉

 길은 사진에  보이는 저 바위 오른쪽으로 열려 있습니다.

 옆에서 본 그 바위

그러나 이바위 아래로는 천길의 낭떠러지 입니다. 시그널도 보이지 않는데다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니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보지만  딱히 다른 길은 보이지 않고 알바만 한 셈...

쏟아지는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니 옆으로 살짝 길이 보이는 듯합니다.. 따라 가 봅니다.

 

 저 앞쪽 위로 떡바위와 돛대바위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뒤돌아 보니 투구봉능선으로 단풍들이 형형색색  수를 놓고 있습니다.

갑자기 등로 옆으로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오래 전에 버린듯 --- 건설자재 폐기물과 생활쓰레기들이 한데 뒤엉켜 가득히 계곡을 메우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보이는 장소에서 부대쪽으로 올려다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이 아름다운 자리에 이런 쓰레기 천지라니 ... 아 ~ ~   비록 나뭇가지들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이럴수가...

쓰레기의 행렬은 몇 미터 계속해서 이어져 있습니다.

 등로는 철조망쪽으로 살짝 다가섰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진행이 됩니다.

 뒤돌아 본 길 --- 하얀 암벽밑이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

 떡바위(혹은 층층바위)를 만납니다.

 너른 터위에 누가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한 모양의 바위가 서 있네요...ㅎㅎ

 키보다 더 큰 잡목들을 헤치며 한 발 한 발 진행합니다.

아마 한여름이라면 성가실 잡목들입니다.그나마 가을철 바싹 마른 잎들이 떨어져 앞으로 시계는 확보가 되니까 좀 났습니다.

 뒤돌아본 떡바위

 잡목들

 타이어로 쌓아논 방공호

 비로봉 정상부

 건너편으로 보이는 비로봉의 방송과 통신용 기지국, 그리고 동봉

 팔공산의 주릉이 눈에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저 뒤로 관봉과 멀리 환성산까지...   능선이 참으로 부드럽고 순합니다.정겹기도 하고..

 왼쪽으로는 코끼리바위 능선

 치산마을과 시루봉으로 걸어 왔던길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너덜지대 위에도 철조망을 둘둘 뭉쳐서 주욱 이어 놓았습니다.

안보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거겠지만 냉전시대에 쳐놓은 잔재들을 이제 화해의 시대에는 좀 걷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나마 녹이 쓸어 싹아가고 있습니다.흉물처럼...

 갈대와 철조망과 팔공의 주릉 --- 병풍바위 능선위로 몇몇의 산객들이 보입니다.

오늘 아마도 팔공산 주능선으로는 가을날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몸살이 날거라 예상해 봅니다.

 여긴 이렇게 호젓하고 좋은데 말이죠..ㅎㅎ

 뒤돌아 보면 이 가을 환상적인 비로봉의 자태가 연출됩니다.

기암의 암릉들과  울긋불긋 단풍과의 절묘한 어울림 --- 잠시 보실까요???  

  

 내 눈에 담은 전부를 보여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가을날의 팔공산 비로봉의 추억을 한가득 가슴에 쓸어담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뭔가 발목을 잡습니다.

이상한 파열음과 함께 잡힌 발목쪽을 보니 철조망 가시가 바지를 째버렸습니다.

아 ~ ~ 너무나 고비용의 댓가를 치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깝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지는 공군부대 정문쪽으로 나섭니다.

통신탑 왼쪽으로 동봉이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번 길을 잘못 잡아버립니다.

 원래 통신기지국 쪽으로는 일반인은 들어 갈 수가 없는곳인데  길도 모르고 호기심 많은 나그네는 그냥 따라 올라가 봅니다.

오름길  옆에 세워진 반사경을 두고 ...

 각 방송사 통신탑은 따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뒤돌아본 군부대와 청운대 그리고 군위쪽 산줄기

 오른쪽 하얀 암벽아래로 오도암이 보이고 군위 부계면 동산계곡쪽 산줄기가 시원스레 펼쳐쳐 있습니다.

저 어디쯤 되도 안한 관광호텔과 찜질방이 있고, 또  제2석굴암이 있을테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한티재가 나올것입니다.

 K.B.S 방송탑과 단풍 가득한 동봉 --- 이 사진은 기지국 안에서 촬영한 것으로 잘 볼수 없는 장면입니다....ㅎㅎㅎ

 줌  --  동봉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깁니다.

 

 서봉쪽의 모습입니다. SKT의 철탑

화려한 가을의 색채가 묻어납니다.

 서봉쪽으로 줌 --- 오른쪽 바위위에 앉아 쉬는 저 산객은 신선이 됐을까요???

 케이블 카의 정상도 보이고 동봉쪽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합창이 되어 어서 오라는 듯 손짓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기지국 안에서 동봉쪽으로 탈출로를 이곳 저곳에서 찾아보지만  있으리 만무한 일.

독 안에 든 쥐나, 어망에 갇힌 고기꼴마냥 이리저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발버둥을 쳐 보지만 힘만 빠질뿐 이중삼중으로 쳐놓은 철조망을 뚫고 나갈 재주가 내게는 없습니다.

산에서 길이 아니라고 판단됐을때의 원칙 --- '오던 길로 다시 돌아 가라'입니다.

할수없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팍팍하게 공군부대 앞으로 다시 내려갑니다. 아 ~ ~

 등로를 탐색해 보니 가드레일 중간쯤에 왼쪽으로 등로가 보입니다.

다시 헤치고 들어갑니다.

 어느정도 걷다 지친 몸도 쉴겸 등로위에 그냥 점심 자리를 폅니다.

그러나 너무 헤멨던 건가요???  아내가 손수 싸준 김밥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몇개 집어 먹다 물만 마시고 퍼드려져 잠시 누웠습니다.

인기척이 들려 일어나니 한무리의 산객들이 동봉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냐니까 비로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온다기에 암말 않고 나의 길을 나섭니다.

 일어서서 본 동봉

 

                                 골짜기 --- 위로 쳐다본 모습

 골짜기 --- 아래로 본 모습

  사태지역 ---위험 

 그렇게 돌아 나오니 동봉아래 마애여래상이 자리한 헬기장입니다.

너른 헬기장터에는 군데군데 산행팀들이 점심을 먹거나 쉬고 있고 등로 보수용 폐자재들을 한데 모아놓은 모습이 보입니다.

동봉으로 가 볼려다 많은 사람들땜에 그냥 내려가기로 합니다.

 치산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갑니다.

빠르기야 수태골쪽이나 스카이라인쪽으로 가면 빠르겠지만 오늘 대구쪽은 아마 이 가을을 즐기려는 산객들로 북적거릴것임에 틀림없을것 같아 다시 치산쪽으로 가는 것입니다. 수도사 5.5Km

 

 내려오는 길에 올려다 본 비로봉쪽

 

 웅장한 바위벽과 아름다운 단풍의 조화

마음에 담은 그 모습보다 사진은 늘 허접합니다

 

 

 오랫만에 진불암에도 함 들러보기로 합니다.

 진불암쪽으로 가는 계곡 --- 계곡이라고 하기엔 너무 말랐습니다.

바닥까지 물 한방울 보이지않는 돌무더기 뿐입니다. 가을 가뭄이 진짜 오래 이어집니다.

 참 진, 부처 불 ...

 정말 소박한 암자입니다.  언제나 그 모습

이름난 명산의 대찰들이 중창불사하여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더 이쁩니다.

 진불암에서 쳐다본 비로봉능선

 

 맑은 치산계곡 --- 그러나 가을 가뭄으로 물이  다 말랐습니다.

 새로 놓는 현수교 -- 이제 저 잠수교는 없어 지는건가???

 

치산댐(저수지)입니다.

오랜 가뭄으로 저수량이 얼마되지 않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물 한방울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팍팍한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걸어 원점쪽으로 오니 아내의 차가 올라옵니다.

 

비록 바지가 찢어지고 땀에 절고, 몸은 긁혀  팔다리가 상처 투성이로 만신창이가 되어 후줄그레한  꼴이지만

마음 가득. 가슴속 가득 담겨 있는 이 아름다운 팔공산 비로봉의 추억은 아마도  내 평생을 간직하며, 나의  소중한 재산의 자양분이 될거라 믿으며 온 몸 그득히 뿌듯함을 간직한 채 집으로 갑니다. <끝>

'팔공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령봉 --- 초례봉(1)  (0) 2008.12.01
거조암 -- 거조암  (0) 2008.11.25
팔공산 비로봉  (0) 2008.10.20
명마산 -- 선본사  (0) 2008.09.29
투구봉, 코끼리바위 구경하기(2)  (0)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