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운주산(2)

자유의 딱따구리 2008. 8. 5. 08:58

2008년 8월 3일 일요일

삼복더위의 한가운데쯤입니다.

온난화의 영향도 크겠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특보의 중심에 자리한 내 사는 곳은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더위와의 승부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사병, 열사병, 더위와의 전쟁 에 '건강관리 잘하라'는 말이 그냥 방에 콕 박혀 있어라는 말은 아닐듯...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비빔국수로 해결하고 나니 더위는 더합니다.

아내와 아들을 꼬드겨 물만 챙겨 일단 집을 나서고, 여름엔 땀을 시원하게 쫘 ~ 악 한번씩 빼줘야 한다고 설레발까지 쳐가며

가족 산행길로 괜챦을 듯하던 안국사 코스의 운주산등로를 염두에 두고 길나섭니다.

 

여름에 땀나는 것보다, 아예 山이 싫은 두사람 ---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거의 막무가내로 깃대는 내가 잡았으니 그냥 진행해 보는데 임고 소재지쯤에선 노골적으로 '또 이길이냐?'며

'이 길로는  다시 오지말자'고 까지 막말수준의 말을 합니다.  

이리재를 넘어 기계 인비쯤에서 안국사로 들어가는 길을 탐색할때쯤에는 거의 체념상태인것 같았습니다.

(하)안국사쯤에서 길이 끊어질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길은 (상)안국사까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었고 길가의 얕은 계곡속에는 그야말로 '개떼'같은 사람들로 흥청거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좁은길 한쪽에는 조금의 여유라도 있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차가 한두대씩 주차되어 있었고...

때로는 나도 같은 부류가 되지만 속으로 '인간들...!!!' 이라는 말이 자꾸 뇌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인상 찌푸려진 두사람을 그 틈 어디쯤에 풀어 계곡속에 놀아라고 하고는 내 여장을 꾸려 혼자 산행하기로 정했습니다.

(하)안국사와 (상)안국사의 중간쯤에서 산행을 시작한것 같습니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상)안국사로 올라갑니다.

정성을 다해 쌓아놓은 상안국사 들머리의 돌탑

왼쪽으로 보이는 철다리를 건너면 옆사면의 등로인듯 합니다. 

 밑에서 바라본 안국사 요사채

 

 등로의 들머리는 안국사 뒤로 나있습니다.

 갈림길입니다.

직진하면  불랫재 길쪽의 안국사 갈림길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오늘의 날머리인 이리재쪽 가림길입니다.

 잡아 삼킬듯 이글거리던 태양도 숲속에 들어서면 해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정도로 컴컴합니다.

해가 쏟아지지 않으니 시원한건 당연지사...

거의가 단풍나무로 이루어진 숲길입니다.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단풍이 물들때 가족들 손잡고  오면 점수 좀 낫게 받을 길일듯합니다.

경사는 그렇게 심한길이 아니지만 높은 기온에 습한길 --- 굵은 땀방울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멜빵에 매어둔 수건이 연신 훔친 땀으로 벌써 축축합니다. 

 주능선으로 오르기 직전 샘을 만납니다.

포항그린산악회에서 붙인 쇠표지기 아래로 누가 파아프를 박아놓았습니다.

손바가지로 한 다섯모금쯤 먹었습니다. 물은 달았습니다.

 

 조기 위로 주능선이 보입니다.

주능선을 만나서 바로 좌회전하면 운주산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냥 갈 수없는 곳이 한군데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일부러 내려왔던곳 --- 왕바우를 빼놓을수는 없을테죠??

우회전 합니다. 

 왕바위에 올라섭니다. 시원한 조망이 펼쳐집니다.

사실 운주산은 몇 코스 올라보진 않았지만 등로가 거의 숲으로 둘려쌓여 시원한 조망을 즐길데가 몇군데 없는거 같습니다.

여기만한데가 없을듯...

  

 아랫동네인 기계구지쪽인듯...

애써 땀흘려 오른 수고의 댓가를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보람으로 돌려주는것 --- 그게 바로 자연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 정상으로 바로가지 않고 돌아 왔는지 모릅니다.

 낙동정맥을 비롯한 곁가지의 산줄기들이 파도처럼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저기 저 산줄기들을 맘껏 밟으며 정처없이 산길을 헤매일 날을 기다려 봅니다.

 기룡산을 비롯한 보현산군들이 보입니다.

오늘 다행히 지지난주보다 시계가 트여 겨울날만큼은 아니어도 조망은 괜챦습니다.

 

 멀리 팔공산도 보임직한데... 거기까지는 욕심인가요???

 줌으로 당겨보지만...

 단단한 바위 위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이 있습니다. 저 질긴 생명의 힘이여...

살아있음의 모짐속에서 내가 이 삶을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바위위에서 조망을 실컷 즐길려니 머리 위가 뜨겁습니다. 발길을 돌립니다. 

 다시 좀 전의 그 갈림길에 섭니다.

지금부터는 약간의 오름길이 시작됩니다.797.4봉까지...

 습한 날씨속에 피어난 버섯

오름길에 두꺼비 바위를 만나고...

 

 797.4봉의 직전 바위길

 돌탑

여기서 정맥길은 왼쪽으로 내려가도록 되어있고 운주산 정상은 오른쪽의 내림길로 약 200m정도 가면 됩니다.

 정산전의 헬기장입니다. 고요속에 잠자리들만 한가하게 날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도 괜챦으니 조망도 트여 있습니다.

 맨 왼쪽 기룡산,  중간의 두루뭉실한 보현산, 그 오른쪽이 면봉산입니다.

 보현산쪽으로 당겨봅니다.

 그 옆으로 눈길을 돌리면 팔공산쪽입니다.

 희미하네요...

 다시 기룡산과 보현산, 면봉산

 

 운주산 정상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운데 관산이 보입니다.

 정상찍고 조금 내려와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쉽니다.

 헬기장 주위에는 자연의 꽃들이 환한 모습으로 길손을 맞습니다.

바람과 햇볕이 키워낸 것이라서 더 밝아 보이는 지도 모르지요?? ㅎㅎ

 

 다시 돌탑이 있는 797.4봉으로 가지 않고 중간으로 내립니다.

그 중간으로 내리다 보면 그옛날 고관대작이었을것 같은 오천 정씨의 묘를 만납니다.

 797.4봉으로 가는 갈림길

이제 오른쪽으로 좀만 가면 상안국사로 내리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아래서는 아들녀석이 벌써 물놀이에 지쳤는지 문자가 날아옵니다.

 첫번째 갈림길

요리로는 내리지 않고...

 

 그 다음 갈림길로 내리려 맘먹고 내리니 꿈꾸는 도마님의 표시기가 매달려 있습니다.

아마도 전에 낙동정맥 종주때 달아놓은 것이듯 합니다.

 요 갈림길에서 내립니다.

내림길은 다시 숲으로 둘러쌓여 그냥 하염없이 걷기만 합니다.

 지계곡을 만나 시원한 물에 얼굴 한번 닦고,

 처음 올라가던 갈림길에 섭니다.

 안국사앞의 주계곡을 만납니다. 약 1시간 30분의 산행을 종료합니다.

 

안국사 앞의 샘터에서 물을 한바가지 마시고 시멘트길을 터덜터덜 내려오니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다 돼있습니다.

나도 계곡속에 잠시 빠져 땀을 식힙니다.

아들이 '아부지, 산에 왜 가세요?'라고 묻는다.

이럴때 뭐라고 답해야 하는건가??

걍 '산이 거기에 있으니 간다'고 하면 아들은 알아 들을까??

'삶이 산길이다'라고 말하면 알아 들을까??

하긴 어떤이에게는 탄탄대로인 길이 나같은 사람에겐 거칠고 험하고 외로운 길일수도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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