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장기간 이어지는 겨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다.어느놈 성질같은 카랑카랑한 겨울날씨가 정신 바짝나게 하는 날이다. 그래도 산이 좋은 사람 산으로 간다.
겨울의 눈과 설화가 환상인 태백산, 주목과 어우러진 동화속같은 눈구경 하러 아들과 함께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범어로타리 부근까지 가야하는 일이 영 마뜩챦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안내산악회가 다 그런거다. 태백산으로 가는 버스가 두 대나된다.
근 4시간을 달려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 입구에 도착한다.
바람이 맹수같이 잡아먹을 듯 달려들고, 흐린 하늘에 진눈개비까지 흩날리고 있다.
모두들 중무장을 하고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초장에 아이젠없이 걷다가 눈이 점점 많아지고 미끄러우니 어쩔수 없이 아이젠을 착용할 수밖에 없다.
아들이 스스로 아이젠을 신고 있다.
성질 급한 산객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가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아들이 조금씩 힘들어 한다.
첫번째 보호수 --- 주목나무
유일사 입구 --- 유일사는 등로에서 벗어난 저 아래에 자리해 있다.지리하게 이어지던 시멘트길도 여기서 끝이다.유일사를 들리지 않고 바로 오른다.
유일사 갈림길의 이정표 --- 여기서 부터는화방재에서 오는길과 만나는 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 길이다.
능선에 서자 바람은 더욱 기세를 올린다.눈발도 점점 더 굵어지고...
조금씩 겨울 태백산의 매력에 빠져드는 곳으로 한발 한발...
그동안에 쌓여있던 눈발들도 거센 바람에 날려 시린 겨울하늘에 흩날린다.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더 깊게 느껴지는 산의 아름다움 속으로...
고도는 숨가쁘게 올라간다.
아들 - 힘들어 보인다. 아비와 아들, 서로가 있으니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서서히 눈꽃들도 보인다. 모든것을 인내하며 오른자들을 위한 잔치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
힘들게 오른자만이 누릴 수있는 잔치
주목군락지가 시작되고...
모진 풍상에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느라 주목도 마른멸치같은 굽은 허리를 하고 섰다.
보호수들엔 거의 목책을 둘러놨다.
등걸의 절반은 상해 시멘트를 발랐어도 굳건히 서있는 나무.
멋진나무들 마다 아들을 모델로 세우고 작품을 만들어 보려하지만...
나무가지를 붙잡고 흔드는 매서운 바람결이 윙윙 울어댄다.
척박한 땅에서 사는데도 다 지혜가 있어야 살아남는 법 --- 그런 법도 또한 주목을 비롯한 자연에서 배운다.
산중에 눈이 내리고 쌓이면 속세는 저만치 멀어지는 법 --- 인간이 자연도 되고 신선이 되기도 한다.
발길 닿는곳마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앞에 그저 감탄사만 쏟아져 나올뿐...
그 멋진 풍광속에 인간들은 그저 하나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점점 겨울 태백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의 멋진 자태가 그저 놀라울 뿐...
고사목 군락
천제단 --- 바람이 맹렬하다.
정상부근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들면 들수록 빠져드는 자연의 위대함 --- 인간의 추레함도 다 품어 안아주고 구름처럼 덮어주는 산
흐린날씨, 시린 겨울 창공속으로 눈발이 바람에 마구마구 흩날리고 있다.
그 어느해 밤차타고 새해첫날 해돋이 보러 왔다가 흐린날 때문에 방송사 중계팀만 보고갔던 그 날이 생각나는 태백산.
여기서 백두대간 길과는 하직을 하고...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바람 --- 어마어마한 바람의 기세에 그저 '으흐'소리가 절로 나오고...
문수봉의 바람은 그야말로 난폭하다. 돌이든 뭐든 잡아야 몸을 가눌수가 있을 지경이니...
문수봉을 뒤로하고...
흐리던 하늘이 개고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소문수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점심을 먹는다. 차가운 날씨에 더운물을 붓기는 했지만 라면이 곱게 익을리가 없다. 거의 생걸로 시장기만 달래고...
소문수봉 --- 저 뒤로 경상도 땅 봉화쪽의 산군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산능선들은 발아래에 있다.
반대쪽은 백두대간길이 이어지는 함백산이다.
줌
소문수봉에서 문수봉을 배경으로...
이제 당골로 향하는 길로...
당골광장에는 눈꽃축제가 진행중이었고, 얼음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외국인들도 이따금씩 눈에 띈다.
하얀눈, 얼어붙은 산천,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마른 풀...
모두가 잠든 침묵의 계절이지만 그 속에서 소리없이 자라는 봄을 향한 정중동의 자연은 분명 있을 것이다.
아들과 함께한 태백산 --- 아들은 산에 오른자 만이 느낄수 있는 희열을 가지고 집으로 가는걸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