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일 토요일
지난주에 다녀왔던 비로봉길이 일주일 내내 눈에 밟혔다.
가을이 좀 더 깊어지고 단풍이 곱게 물들때라면 더 좋겠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오늘 가지않으면 다시는 못갈것같아 기어이 그곳으로 찾았다.
파도치는 일상속에 안개처럼 떠도는 삶 --- 내일 일은 나도 모르는 거...
주말날씨가 흐리고 오후부터는 또 비소식이라 좀 일찍 나섰지만 지나는 길에 슬쩍 쳐다본 팔공산 정상부는 구름을 가득 덮어쓰고 있다.
노란색 길로...
동산계곡으로 들면 저 위로 팔공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무지개가든 아래 계곡을 건너는 다리위에서 쳐다보면 청운대와 정상부가 훤하다.
비로봉쪽은 구름에 가려있고...
줌
오은사 윗쪽의 주자장에서 군사도로에 서면 오른쪽 마른나무가지 사이로 들머리가 있다. (09:35)
조그마한 돌탑이 보이는 곳으로 따라 가는 길
오도암 가는 길 --- 묘하게도 돌이 다섯개다.
그 길은 잠시후면... 반사경이 있는 저 뒤로도 길이 있는데, 이 길과 첫번째 계곡에서 만난다.
공군부대 가는 길은 위로 계속 구불구불 올라가고...
두 길이 만나는 첫번째 지계곡
투구꽃
오지의 오도암 가는길은 의외로 널찍하다. 나무로 벤취를 만들어 편의도 제공하고...
이런 지계곡을 몇 번이나 건너야 한다.
저 아래 농장쪽에서 합쳐지는 길에서 보면 동산계곡사이로 보이는 가산과 군위 대율리(한밤마을)쪽
줌
깊은 숲사이로 청운대 절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오도암 대문 바깥쪽에 위치한 해우소
오도암 들어가는 싸리대문 --- 오지의 소박한 절답다.
삽짝밖에서 올려다 본 비로봉은 구름을 잔뜩 덮어쓰고 있어 산사태 지역만 보일뿐, 위로 철탑들이 하나도 안보인다.
경내를 들어서면서 본 오도암 전경이다.
조립식 법당과 토담의 요사채... 그리고 뒤의 조립식 건물은 창고다.
해발 900여m의 암자뒤로는 거대한 청운대가 둘러 서있다.
팔공산 三高所 寺庵에 속하는 오도암이다.진불암(眞佛庵), 삼성암(三聖庵)과 함께...
근래 좀 알려진 탓에 일요법회때는 신도가 80여명이나 된다고...
절마당에서 다시 쳐다본 비로봉
조립식 건물에 천막을 두른 법당
토담 요사채벽에 걸린 편액 --- 불인선원(佛印禪院):부처로부터 인가받은 곳이라는 뜻
이 암자에서 일주일만 살고 싶다던 일타(1929 - 1999)스님의 글씨란다.
원효대사가 수도하여 오도(悟道)한 곳 --- 해발 1050m의 저 청운대 절벽 어디에 원효굴이 있단다.
번뇌를 벗어나 부처의 경지에 든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건가???
암자뒤로 산신각 가는 길
산신각도 조립식이다.
산신각 옆으로 자리한 악우 위령비
여기서 부터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정말 고난의 길이다.
길없는 산사면을 타고 이런 지계곡을 얼마나 지나는지 모른다.
길이 없다기 보다 어디에나 길은 있는 법. 보지 못하고 찾지 못하는 것이고...
어차피 내가 감으로 그것이 곧 길이되는 것이다. 험한 길을 헤쳐 오르락 내리락 방황이다.
가까스로 산사태지역을 찾았다.아무래도 우거진 숲길보다 나을것 같아 이곳 사태길로 따라 오르기로 했다.
돌들로 이루어진 산사태지역에도 새생명들이 살아나고 있다.
갖가지 생명들을 키워내는 산 --- 팔공산도 묵묵히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오르다 중간쯤에서 잠시 쉰다. 사과 하나 꺼내 먹고...
깊디 깊은 동산계곡이 눈아래 펼쳐진다.
청운대
석축을 쌓은 도로가 보이기 시작...
도로위로 올라 서면서 본 청운대쪽
정상쪽으로 가는 길
오르는 길에 돌아본 공군부대와 청운대
청운대 절벽아래로 보이는 오도암
부계면쪽으로 ...
동산계곡과 대율리(한밤마을)--- 돌담이 예쁜마을로 알려져 있음
KT통신탑 앞에서 바라본 동봉
줌
아래에서 바라본 비로봉 정상에는 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 만들기에 바쁘다.
백안마을과 미대동, 대구시가지쪽...
시원하지는 않지만 앞이 확 터인다. 산 오르는 재미 --- 이런게 아닐까???
동봉아래 사자바위쪽 --- 줌으로 당겨보니 하얀 암봉사이로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가을이 섬처럼 떠있다.
비로봉 아래 제천단
그러고 보니 내일이 단기 4343년 개천절이다. 모르긴 해도 아마 내일 여기서 개천절 기념행사(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가 있을 것이다.
통신탑들 이외엔 소박하기만 한 비로봉 정상(12:00)
뒤에서 본 비로봉 정상
바위에 73. 2. 2 표시가 눈에 띈다.
비로봉을 내려 팔공기맥 길로 들었다.
희미한 길에서 돌아보니 동봉과 주능선이 보인다.
몇번 걸어본 길이지만 근래 비로봉 개방이후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지 길이 희미해 길을 잃고 한동안 헤매다 보니 여기도 사태지역이다. 사태지역에서 바라본 코끼리바위쪽 능선
길은 없고... 할 수없이 사태난 너덜길을 타고 올라가 본다.
위에 바위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오르면서 본 오른쪽 부대아래 돛대바위 능선. 오른쪽 저 뒤 뾰족한 봉우리가 투구봉이다.
왼쪽으로는 동봉과 주능선이 주 ~ 욱 이어지고 ....
그 멋진 바위
올라서서 다시 한 방...
다시 비로봉 올라가는 도로위 반사경에서 기념으로...
이제 팔공기맥 길을 거꾸로 가야 하는데... 공군부대 문앞으로 가본다.
흰 암봉들이 멌있다. 지난날 바지를 찢긴 그 길을 오늘은 거꾸로 가는 셈이다.
저 능선 --- 수려한 외모를 가진 절세의 미인같다. 이런 풍경들은 산행의 고단함도 씻어 간다.
부대입구에서 동봉쪽으로...
이 긴 철조망을 따라 한동안 험한 길을 잡목들과 싸워야 한다.
진불암쪽으로 가는 돛대바위능선에서 바라본 정상과 동봉, 그리고 주능선...
코끼리바위쪽...
주능선쪽...
돛대바위능선에서 진행해야할 방향으로 보면 이제 떡바위가 보이기 시작...
줌
떡바위(일명 층층바위) 가까이 다가서서...
뒤에서...
떡바위에서 보는 가야할 길과 시루봉능선, 그리고 치산마을.
뒤돌아본 길과 왼쪽으로 돛대바위능선
돛대바위능선 저 아래에 하얀 점같은 돛대바위가 보인다.
줌으로 당겨본 사진이 없어 좀 아쉽다. 그 뒤 능선은 투구봉 능선이다.
날이 흐려지고 구름이 짙어지지만 민생고는 해결해야 하기에 퍼질러 앉았다.
아내가 뭉쳐준 주먹밥과 물김치가 전부지만 산 위에선 수라상 부럽지 않다. (13:00)
건너 능선에서 당겨본 떡바위
아직도 가야할 철조망 길은 아득하고...
부대에서 버린것이 틀림없는 쓰레기가 가득한 길을 오늘도 지난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떡바위를 돌아보며...
부대를 벗어나며 마지막으로 부대쪽을 향하여...
다시 가야할 팔공기맥 길 --- 그 아래로 왼쪽이 군위 백학마을이고, 오른쪽은 영천 치산마을
계속 길을 이어 지난주 아내와 왔던 그 길을 만나고...
그렇게 헐떡거리며 내려오면...
부대로 올라가는 길을 만난다. --- 저 가드레일 끝이 팔공기맥 길이 이어지는 곳
저 아래 헬기장이 보인다. 이제 이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 차를 세워 둔 주차장이 나온다.
군사작전도로의 아스팔트 길 한 3Km정도를 걷는게 다소 지루하다.
처음의 들머리인 그 반사경이다. (14:15)
오늘도 결코 녹녹지 않은 길을 걸었다.
팔, 다리, 얼굴 할것없이 긁히고, 찢기고... 서늘한 날씨에도 땀 범벅이 되었다.
팔공산 --- 오를때마다 힘겹고 지치지만 내려만 오면 늘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저 산, 유혹의 손짓을 거부할 수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