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가을이 깊어지고 단풍도 윗쪽으로부터 차츰 우리들 곁으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바람끝에 제흥에 못이겨 기어코 보따리를 꾸립니다.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눈길을 사로잡는 와촌길을 달려 국화향이 창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갓바위길을 시원하게 내달립니다.
오늘 팔공산 관봉(갓바위)을 거쳐 명마산으로 한바퀴 돌러갑니다.
다음주 설악공룡을 예약해 둔 처지라 컨디션 점검차 아들과 함께...
날씨는 흐리긴하나 비 온다는 예보는 없었고 아침 안개가 가득해 낮즈음엔 좋아질듯 해보입니다.
느지막히 나선탓에 주차장과 길 양쪽으론 일찍 자리잡은 차들이 빼곡합니다.
약사암 주차장 통제선
초장부터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올라 약사암 입구에 다다를 때는 땀이 배어납니다.
약사암 천 원짜리 식당에는 오늘도 신도들과 산객들로 복닥거립니다.
급경사의 계단길에 오늘 또 무슨 날인지 오르고 내리는 인파들이 거의 떠밀리다시피 합니다.
선본사 갈림길
낮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너편 용주암. 산안개들이 군데군데 산허리를 싸고 있습니다.
그 오른쪽 헬기장
갓바위에는 발디딜 틈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 --- 햐!!! 참으로 놀라운 믿음들입니다.
왼편 약사암 주차장, 용주암과 용주암 주차장 ---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능선들
갓바위에서 다시 내려와 갈림길에 섭니다.
용주암으로 가는 제법 가파른 길을 아들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축구를 그만두면서 살아 많이 쪄 걱정입니다.
용주암 주차장이 발아래로 보입니다.
용주암 들머리
용주암에서 바라본 와촌 대한리쪽 --- 우리가 올라온 쪽
용주암 뒷쪽 --- 명마산 갈림길
능성동 예비군 훈련장이 내려다 보입니다. 날씨 탓에 흐립니다.
뒤돌아 본 용주암 뒷쪽 산불 감시탑
산능선에서 뒤돌아보면 갓바위는 머리가득 안개를 쓰고 보이지 않습니다.
뒤돌아본 용주암
대구시 공무원교육원이 내려다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바윗길을 지나자 산길은 평온하고 호젓한 산책로 같은 길이 한동안 열립니다.
용담
언뜻 올려다본 가을하늘. 구름이 가리긴 해도 푸르디 푸른 모습이 투명합니다.
손수건을 살짝 담그면 파란물이 배어날것 같은...
내 학교 선배들이 지나간 자리
다시 돌아본 갓바위
오늘 이 길은 갓바위에서 장군바위까지 대구시와 경산시의 경계가 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장군바위에서 능선재로, 그 앞으로 환성산을 지나 청천이 아마 경계일듯...
눈 앞을 장군바위가 보입니다.
장군바위에 도착합니다. 어쩌면 자연인데 요럴 수가 있을까요???
실은 여기는 명마산의 줄기이기는 해도 정상은 아닙니다. 명마산(말울음산)은 조금 뒤에...
눈 앞으로 환성산과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이고 발아래 새로 확장한 대구로 넘어가는 국도와 그 위로 대구 - 포항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열려 있습니다. 음양리 마을도...
대구 - 포항 고속도로의 와촌휴게소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와촌휴게소 왼쪽위로 이 산과 관련된 김유신장군의 전설을 함께 간직한 '불굴사'와 '세종수련원'이 보입니다.(산허리가 파헤쳐진 자리)
명마산을 오르는 경사길에 아들이 힘들어 합니다. 갑자기 불어난 체중으로 꼴이 말이 아닌데도 운동은 죽어라 싫다고 하고 먹는거는 겁없이 먹어대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분의 따뜻한 배려입니다.
배려(配慮)라는 거는 참 실천하기 힘든 생활습관일텐데 말입니다.
명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통들판
정상에서 내려오다 8부능선 이름모르는 묘지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어디쯤 왔는지는 대충 알지만 길을 모르니 어디로 가야하는지 조금은 두렵고 막막했습니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마음의 눈조차 흐려 근심과 두려움도 있지만 아들앞에 표시를 낼 수는 없습니다.
험한길을 가시에 찔리고 아들의 원망하는 소리를 들으며 덤불을 헤쳐가며 내려오니 잘 다듬어진 묘지가 하나 나옵니다. 그런데 봉분위에 있는 요놈 --- 제비꽃인가요?? 이 가을에...
헤쳐헤쳐 선빌리지 위의 향림사라는 절 앞으로 나옵니다.
주린 배와 피로를 달래러 선빌리지에서...
사는 재미란게 뭐 별게 있겠습니까?
삼겹살로 포식을 하고 느긋하게 쉰 뒤에 선빌리지를 나섭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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