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스크랩] 산행의 경지

자유의 딱따구리 2006. 10. 13. 08:44

     산  행  경  지

 

 

▶ 9급: 타의입산(他意入山)

이 부류는 산보다 그림틀(TV)을 선호하야

휴일이면 리모콘이 유일한 장난감인 바,
회사에서 또는 모임에서 결정된 산행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는 인간이니라.
<특징> 멀쩡한 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를...
그래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놀부 심보가 있느니라.

▶ 8급 증명입산(證明入山)

이 부류는 산을 좋아해 찾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으러 가느니라.
애써 걷기는커녕 물 좋고 경치 좋으면

아무데나 가리지 않고,
스테플러 찍듯이 찰칵찰칵 사진을 찍느니라.
<특징>
경관이 좋은 곳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한국의 산은 다 가봤다는
자료로 활용하느니라.

▶ 7급 섭생입산 (攝生入山)

이 부류는 오로지 "묵"으러 산을 가느니라.
한 배낭 가득히 묵을 거리를 챙기고 계곡을 찾아 퍼질러 앉아서 식탐을 즐겨하느니라.
<특징>
엄청 먹었는데도 음식이 절반이 남아 다시 지고 내려오며
"아..! 나는 왜 이리 식성이 없는지 몰라!" 하는 후회 형이니라.

▶ 6급 중도입산(中途入山)

이 부류는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을 하느니라.
그리고 제 다리 튼튼하지 못 함을 탓하지 아니하고 꼭 뫼만 높다 하는 인간이니라.
<특징>
뭐...꼭 정상을 올라가야 되나.
올라가면 누가 밀가루 배급이라도 준단 말이냐.
하는 자기 합리화형이니라.

▶ 5급 화초입산(花草入山)

이 부류는 내내 집에만 있다가 진달래 철쭉꽃
피는 춘삼월이나,
만산홍엽으로 불타는 경치 좋은 계절이면,
갑자기 산에 미치는 형이니라.
<특징>
제 얼굴 못난 까닭에 예쁜 꽃이나
단풍을 꼭 끼고 사진을 찍느니라.

▶ 4급 음주입산(飮酒入山)

이 부류는 그래도 좀 산을 아는 인간이니라.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먹어야
산행이 끝났다고 주장하며,
산을 열심히 찾는 이유가 성취감 뒤에 따르는
맛난 하산주 때문일 경우가 허다하니라.
<특징>
이 부류는 술의 종류, 알콜의 도수,
값의 고저를 막론하고
그저 양만 많으면 된다는 먹보 형이니라.

▶ 3급 선수입산 (選手入山)

이 부류는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하루 이렇게 많이 걸었다느니 하는 것을
자랑하려 산을 찾는 인간이니라.
그러나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늘 꼬랑지니라.
<특징>
이 인간을 따라 나서면
대개가 굶느니라.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우고
오로지 걷느니라.

▶ 2급 무시입산 (無時入山)

이 부류는 산의 정신을 좀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제사가 있으나
아이가 아프나,
자기가 계획한 산행은 꼭 하는 스타일이니라.
<튿징>
폭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지요?" 하고 물으면
"넌 비온다고 밥 안 먹냐?" 하고 되묻는
무식함이 돋보이는 부류니라.

▶ 1급 야간입산 (夜間入山)

이 부류는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 후 밤에라도 산에 오르는 인간형이니라.
산에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 초기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니라.
<특징>
우..! 하고
달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해괴한 모습을 보이느니라.

▶ 1단 면벽입산 (面壁入山)

이 부류는 바위타기를 즐겨 하느니라.
틈도 없는 바위에 온 몸을 비벼 넣으려는 듯,
바위가 무슨 애인이라도 되는 듯,
안고 할퀴고 버팅기고...
바위를 상대로 온갖 퍼포먼스를 하느니라.
<특징>
이 때쯤이면 산쟁이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책 열권도 못 봤단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느니라.

▶ 2단 면빙입산 (面氷入山)

이 부류는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 놓고
폭포가 얼어붙기를 축원하다가,
결빙되었다는 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에 몸을 던지는 때이니라.
<특징>
빙판 길에 가족이 넘어져 다쳐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 3단 합계입산 (合計入山)

이 부류는 8급부터 시작하여
면벽과 면빙수도를 끝낸 후,
조갈증이 나서 더 높고 어려운 산이 없나를
모색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산에 관한 정보가 있는 외국원서를 번역한다고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는 시기가 되느니라.
<특징>
산병 중증 환자로 저 스스로 격리되어
운수납자 흉내를 내어
고행길로 들어서게 되느니라.

▶ 4단 설산입산 (雪山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되느니라.
생즉필사요 사즉필생이라,
설산을 대상으로 알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도전하는 시기라.
<특징>
설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돌아왔다는 소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느니라.

▶ 5단 자아입산 (自我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산심(山心)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속에 있음을 알게 되느니라.
따라서 에베레스트가 주는 흡인력에 취하여
잊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되느니라.
<특징>
이 때는 국가에서 주는 훈장도
받을 때가 있으므로,
그동안 집에서 찍힌 산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두는 때이기도 하느니라.

▶ 6단 회귀입산 (回歸入山)

이 부류는 산의 본질적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머리 쥐나는 철학을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산으로 임하는 때에
해당되느니라.
<특징>
"걷는 자 만이 오를 수 있다" 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어렵게 깨우침으로써,
평소 실실 웃는 하회탈 모습으로
표정이 바뀌느니라.

▶ 7단 불문입산 (不問入山)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는
평등 산사상의 경지에 이름으로써
비로소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느니라.
<특징>
묻지마 관광 같이,
산에 오르는 것을 “묻지 마” 라는 선문답으로
유유자적 산을 즐기는 시기를 말 하느니라.

▶ 8단 소산입산 (小山入山)

이 부류는 겸허하게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안목이 있느니,
그런 작은 산을 즐겨 찾는 시기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 올라간다는
소리는 안 하느니라.
<특징>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에 비례해
입에는 양기가 올라
남산 산행같이 쬐끄만 산행이 끝나고
하산주 시간이 되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특징이 있느니라.

▶ 9단 입산금지 (入山禁止)

코딱지만 한 산... 아니 봉분 아래
아무 말 없이 깔려 있느니라.
<특징>
시산제 때
"먼저 가신 산악인에 대한 묵념" 시나
경과보고 때 가끔 거론 되느리라.

출처 : 약무글산악회
글쓴이 : 삼산이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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