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장육산

자유의 딱따구리 2007. 1. 3. 06:05

2006년 12월 30일 토요일 ---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 산행을 합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년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인가요, 아님 인간사가 너무 복잡다단해서 그럴까요???

한며칠 살을 에는듯한 삭풍이 몰아치더니 오늘아침 기온은 좀떨어져 있어도 바람이 잠잠하니 봄날같은 느낌입니다.

가까운 곳으로 잠시 다녀오자고 친구와 약속하고 10시 넘어 둘이만났는데  이 친구는 또다른 사람과 약속을 해두었던터라 이 몸은 어쩔수 없이 그 속에 끼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분의 안내로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 '장육산(將六山)'으로 갑니다.

 

 

잘 닦여진 임도(사실은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임) 를 따라가다 산허리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준비를 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산길은 한참동안 임도를 따라 갑니다. 안내하시는 분이 산에대해 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우리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형도 하나 챙기지 않고 무작정가는 산행... 오늘 좀 무리합니다. 

 

계속되는 임도 ---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는 버섯재배사가 아주 많았습니다.

버섯재배를 위한 임도겸 차도입니다.

 

자연적으로 자란 소나무 군락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북안면 상리 구룡산 아래에서 '안산농원'을 경영하시는 분입니다. 내 친구의 고향 선배이십니다.

스스로 산을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산에서 나는 나물이나 약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신듯합니다...???

 

자연을 훼손한 결과는 항상 이렇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비에 쓸려 엉망입니다.

 

잘나가던 시절 버섯을 가꾸던 집인듯한데 이제 산중턱에 을씨년스럽게 폐가로 남았습니다.

 

좀 더 올라가니 여기는 굴뚝이 새 것이라 사람이 사는 줄 알았는데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주인이 왔다갔다 하는지...

 

자가발전 전기시설도 해놓았는데...

 

 우측으로 길이 나있길래 그 쪽을 따라 갑니다.

 

 산허리를 트레바스하듯이 나가면 고로쇠 나무가 많이 눈에 띕니다.

 

고로쇠 나무들마다 호스가 심어져 있습니다.

겨울 끝자락, 봄의 들머리에 인간들은 저 나무의 수액을 빼먹으며 오래오래 살려고 희희낙락하겠지요.

 

 

이제부터 산길이 아닌데로 갑니다. 고로쇠 나무가 보이지 않자 길은 끊어졌습니다.

잠시 쉬며 한숨을 돌립니다.

 

조망이 안되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용귀마을이 살짝 보입니다.

저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입니다.

 

줌으로 땅겼지만 보이는게 없네요.ㅠㅠ

 

장육산(將六山) --- 장수가 여섯명 --- 무슨 뜻인지 모를일이지만 추정은 해봅니다.

그엤날 신라시대 여섯장수가 이 산에서 뭐를 했는지...

우리는 이렇게 소설을 한 번 써봅니다.

이렇게 잘 생긴 바위들 뒤에는 작은 바위들이 많이 놓여져 있습니다.

그런 바위들이 여섯개 있어서 장육산인가???

 

 

멀리 구룡산이 눈에 들어 옵니다. 

 

 

 

험한 산길을 헤쳐와 능선길을 만났지만 정상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집에 할일이 많다며 이 분, 빨리 내려가야 한답니다.미쵸...

할 수없이 산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산길에 백일기도 치성이라도 드리는지 이 겨울에 텐트가 보입니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여래좌상'입니다.

 

 

마애불 앞 너른터로 나서봅니다.

 

 

뒤돌아 본 바위

 

 조망이 시원합니다. 발아래 버섯재배사가 있고 멀리 구룡산이 보입니다.

 

 구룡산 중턱에 정상마을도 보입니다.

 

가까이 '용귀마을'이 보이고 멀리 경산 용성으로 넘어가는 발백산이 보입니다.

 

 

산줄기들이 장쾌하게 시원함을 더합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과 함께 쌓인 피곤함을 싸~~~~악 가시게 해줍니다.

 

 

 

저 멀리 팔공산쪽은 좀 흐리네요...

 

내림길에 만나는 샘터 --- 물맛 좀 볼려니 추위에 얼어 붙었습니다.

 

 

 

 삼거리 --- 오른쪽으로 가면 경주 산내로 가는 길입니다.

 

드물게 보이는 리본을 만납니다.

이 산이 청도와 경주의 경계쯤 되나봅니다. 경주의 '일요산악회'와 청도군에서 경계산행을 한 흔적들을 가끔씩 볼 수가 있습니다.

 

또다시 너른 임도를 만납니다.

이런 길은 능선길뿐만아니라 산전체에 임도라는 미명아래 온통 고속도로를 방불케하듯 뻥뻥 뚫려 큰 트레일러가 다녀도 될 정도입니다.

농삿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길인지 모르지만 자연을 최소한으로만 할퀴었으면 좋겠습니다.

 

 

뒤돌아본 장육산 모습입니다.

 

버섯재배사를 넘어 멀리 단석산이 보입니다.

 

 

운문댐 상류가 살짝 보이네요

 

멀리 가지산쪽입니다. 

 

 내림길에 뒤돌아본 장육산 줄기입니다.

오늘 왠지 볼품없는 산행을 한것같아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지만 산을 만난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뒤에 조용히 혼자서라도 다시 한번 와봐야 하겠습니다.

셋이서 지촌마을에서 매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한해가 기울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산으로 뛰어 다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져 봅니다.

해가 바뀌면 부디 이 남루한 삶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더 좋겠습니다.ㅎㅎㅎ

함께한 분에게 감사드리며 허접한 산행기를 마칩니다.

다음 산행 예정지는 '문복산'으로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