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대책없는 봄

자유의 딱따구리 2012. 4. 13. 15:26

대책 없는 봄/임영조

 

무엇이나 오래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건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 없이 멋대로 발랑 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임영조 시인의 [시인의 모자]중에서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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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탱천한 봄

하느님의 괴춤을 땡기는 꽃년들때문에

나도 대책없는 봄을 맞고있다.       201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