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산의 겨울
2011년 1월 8일 토요일
산에 가자고 약속해놓고 전날 모두는 각자 억병으로 취했다.
아침에 의기투합, 약속시간에 맞춰 만나기는 했지만 각자의 입안에서 새나오는 전날의 흥청과 고주망태는 감출수가 없다. 아침공기는 싸아하니 코끝을 스치는데 상쾌한 기운이 감돈다.
당초 정해두었던 '보현산'코스는 무리이니 급조, '기룡산' 짧은 코스로 변경했다.
아직 반이상 충분히 취한 기사가 다행히도 기룡산 묘각사 입구까지는 잘도 모신다.
(노란색 길)
기룡산에는 며칠전에 내린눈으로 순백의골짜기로 아직 남아있다.
묘각사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여장을 꾸려 출발하려는데 절집주인이 따라온다.
들머리 (10:30) --- 약 2시간이면 원점으로 돌아올코스다.
오름길에 내려다 본 묘각사
여름처럼 푸르지 않고, 가을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겨울산은 고즈넉한 운치가 있는거...
묘각사 알림판이 두 개다.
산길이든 인생길이든 선택이야 저마다의 몫일지니...
산에 들면 언제나 산처럼 깊어지고, 산처럼 향기로워지고 싶은데...
지계곡을 두어번 건넌다.
겨울산 --- 이만하면 충분히 멋있다.
두사람, 힘들게 오르는 그 위로 기룡산 정상부가 보인다.
겨울산 --- 고요하다. 바람소리, 발자국소리뿐...
기룡산아래 새끼공룡능선도...
기룡산 정상부 산불감시탑이 희미하다.
묘각사는 어느새 저 아래 고즈넉하고...
줌
낙대봉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역시 겨울산의 날씨는 바람이 좌우한다.
시루봉 갈림길이 지척이다. 눈은 점점 많아진다.
시루봉 가는쪽으로는 발자욱 흔적이 없다. 내가 일부러 몇 발짝 찍었다.
주능선에 서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몰아친다.
겨울산의 정적을 악을쓰고 덤비는 힘좋은 바람이 깨우는듯하다.
칼바람이 빚어낸 순백의 작품 --- 이만하면 예술이 아니던가?
칼바람이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정정한 나무들, 그리고 바위 --- 내가 닮고 싶은 자연들...
첫번째 전망대를 만나면,
정각마을과 그위로 보현산이 우뚝하다.
몸매가 다 드러나는 겨울산.
굽이굽이 산너울을 넘어 팔공산도 눈에 들어온다.
보현산 시루봉에서 면봉산까지...
줌
정각 별빛마을 --- 미나리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들이 봄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두번째 전망대
저 멀리 팔공산
줌
잔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낙대봉 능선을 넘어 영천시내 방향으로...
천문대가 하얗게 보이는 보현산과 오른쪽으로 면봉산, 그 앞으로 갈미봉
작은보현산과 베틀봉 오른쪽으로 수석봉
아래 보현2리마을과 그 위로 수석봉 왼쪽엔 베틀봉이다.
줌 --- 멀리는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능선들
기룡산 정상부가 손에 잡힐듯하다.
뒤돌아본 전망바위
산길 험하기는 어디나 똑같다. 잠시도 방심할 수없는 응달의 눈길은 더하다.
베틀봉과 수석봉
골깊은 기룡산 계곡을 넘어 영천시내 방향
기룡산 정상부는 점점 가까워지고...
다시 뒷쪽 ---작은보현산과 베틀봉 그리고 수석봉
하얗게 드러나는 우리가 올라온 길, 멀리는 팔공산
줌 --- 팔공산 정상부
다시 뒷쪽
수석봉 넘어로 포항죽장과 기계방면
미끄러운 눈길의 급경사길이다. 조심조심...ㅎ
정상 가까이 돌탑이 쌓인 곳에서 보현산 방향으로...
줌
정상에도 바람이 만만치 않다.
정상에서 본 베틀봉과 수석봉
정상에서 본 보현산
영천시내 방향
묘각사 원점회귀 갈림길
우리는 한능선을 더 돌기로 했다. 이제 몸이 사 ~ 알 풀리는 모양이다.
내림길
멀리 팔공산이 보인다.
돌아서면 동해 포항쪽 바다도 보이고..
줌
내림길은 거의가 거친 돌길이다.
임도처럼 널찍한 길을 만나고... 절에서 이용하는 듯.
다 내려서서 기룡산을 한번 올려다 보고...
기룡산 아래 묘각사 전경
감로수가 흐르는 곳에서 본 기룡산
눈이 시리도록 맑은 겨울하늘
절을 나서며... 그 옛날 섰던 이정표는 아직도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13:20)
첨엔 찌든 인상에 다들 죽을상이었지만 산길에 발을 들이밀자 새로운 기운이 솟았다.
역시 산은 그래서 좋은거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지라도 나는 산으로 간다.
지금 죽는다해도 호상아닌가?
지금 이 순간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
알코올로 적신 몸에 흐느적거리는 정신으로도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어 나 또한 기운내며 산길을 걸을 수있었다.고마움을 전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