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호거대 --- 운문산

자유의 딱따구리 2010. 8. 7. 09:16

 2010년 7월31일. 토요일

유수같은 세월 ---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름 --- 한낮에 불볕으로 달구어진 거리는 그야말로 '찜통'이다.

연일 35 ~ 37도씩 오르내리는 폭염특보속에 한줄금 소나기가 마냥 그립다.

기업들마다 휴가가 시작되어 출발지를 향하여 가는 길가에는 물이 조금이라도 흐르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승용차들이 서있고 그 아래 물속에는 피서 인파들이 몰려있다.

오늘, 오랜동안 그리움으로 남겨둔 운문산을 향하여 간다.(첨부터 운문산까지 가고자했던건 아니었다)

 운문사 주차장에 차를대놓고 다리를 건너 인공암벽장이 보이는 데로 간다.

다리위에서 보면 아직 이른시간인데도 계곡에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있다.(09:25) 

 

노란색 길 

 

 계곡 옆으로 따르다 시그널이 걸린 산길로 들어서니 잠시 달궈진 열기가 후끈하다.

 솥뚜껑만한 버섯

 너덜길이 이어지더니...

 가파른 비알을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헐떡이며 올라서면 얕은 봉우리다.

몸은 벌써 땀으로 범벅이되어 속옷까지 젖었다.

오른쪽으로 트인 조망을 보면 문명분교가 있는 신원리...

뒤로는 옹강산 줄기가 길게 누워있다. 

 바위지대를 우회해 올라가면..

 한 전망하는 바위위에 설 수있다. 호거대가 건너편에 보이고 가야할 범봉과 운문산쪽은 흐린날씨로 안개만 가득 쓰고 있다.

 돌아보면 지룡산과 삼계봉도 흐릿한 가운데 보이고...

 운문천에는 차들과 인파들이 빼곡하고, 운문사 사유지인 장군평을 넘어 운문사가 고저넉히 앉아 있다.

 호거대를 당겨서...

 다시 한 봉우리 올라서고...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능선길을 걸으면... 

 방음산 아래 풍혈이다.

겨울에도 따스한 바람이 나온다는데... 더운 몸을 갖다대보지만 느낌이 없다.

 

 오른쪽 까치산도 흐릿하고...

운문사 위로 가지산도 형체만 흐릿할뿐... 

호거대로 향하는 길의 까치산 갈림길 (오른쪽이 까치산 가는 길이다) 

610봉에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가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멀리 구름덮힌 억산과... 

대비사와 대비지 

뒤돌아본 방음산 

다시 억산과 억산북릉의 귀천봉, 그리고 대비지 

바위너덜이 시작되면... 

호거대 오르면서 뒤돌아본 610봉(헤들게봉)과 방음산 

호거대에 매달린 쇠밧줄 

 

쇠밧줄을 타고 올라서면  지룡산 아래로 출발지인 운문사주차장이 보이고... 

호거대 --- 일명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신원마을쪽 -- 소나무 뒤가 처음 올랐던 능선이다.

가야할 능선을 눈으로 예습하며... 

 

 

귀천봉과 대비지  

호거대에서 바라본 억산 

호거대에서 혼자 시원한 바람쐬며 조용히 앉았는데 한 10여분 지나니 시끌벅쩍해진다.

단체단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둘러 챙겨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렇게 내려오니 운문사로 내리는 '명태재'다. 나는 직진...

위용있는 바위는 우회하고... 

한봉우리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는 485m봉 

다시 길을이어 봉우리를 내려서니 운문사와 대비사를 가르는 안부 갈림길이다.다시 직진.. 

657m봉으로 오르는 길에 돌아보면 건너편으로 지룡산 능선과 아래 운문사가 보인다. 

줌으로... 운문사 왼쪽 위로는 북대암 가는길과 북대암도 보인다. 

운문사 전경 

657m봉으로 가는 길 --- 운문사에서 은은하게 종소리가 들려온다. 정오를 알리는...(12:00) 

호거대가 저만치 멀어져 있다. 

북대암 

 

657m봉에 올라서니 산불 흔적이 있다. 

657봉에서 돌아보면 왼쪽 대비지와 광산위로 뾰족한 610봉 방음산, 그앞에 호거대.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 

657m봉의 삼각점 

헬기장 

가야할 범봉과 904봉, 그리고 오른쪽 억산 

가야할 663봉 뒤로 억산과 북릉이 길게 뻗어내린다. 그 뒤로는 수리봉으로 가는 길 

범봉쪽의 못안골과 천문지골이 합해진 지점쯤에 멋진 바위가 서 있다. 안개땜에 당최 멀리로의 조망은 볼 수가 없다. 고도를 높일수록 이런현상은 심해지고... 

폐헬기장 

 

범봉아래 골짜기(못안골)가 시작되는곳에 깍아지른 웅장한 규모의 단애가 있다. 오른쪽은 가야할 904봉

 

운문산 북릉도 흐리게 보이는데... 가지산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663봉을 앞에두고 바위위에 점심자리를 폈다. 

웃통을 벗어놓고 김밥을 꺼냈지만 더운날에 밥맛이 있을리가...물 마시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길을 이으니 멋진 바위가 나타난다.우회 

 

골깊은 못안골 

우회했던 바위에 오르니 멀리 뾰족한 귀천봉이 보이고... 가까이는 지나온 663봉 

오른쪽으로 억산 깨진바위가 손에 닿을듯 가깝다. 

 

그렇게 억산과 범봉의 갈림길인 904m봉에 득달했다. 좌회전...

요지점을 지나고 약간의 오름길을 오르면... 

간이로 만든 정상석이 놓인 범봉(962m)이다. 

 

다시 범봉에서 10여분 내리면 딱밭재에 이르고...

여기서 갈등을 많이 했다. 그냥 운문사로 내려갈까, 운문산까지 갔다 내릴까... 

운문산까지 1.8Km --- 한 시간이면 가는데... Go ~ ~ 

 

927m봉에 올랐는데 운문산은 구름에 가려있다. 雲門山 --- 이름값 하는구먼... 

운문서릉쪽의 조망도 구름땜에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  억산과 비로암능선(석골사)의 갈림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운문북릉의 독수리바위가 쬐금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흐린 날씨가 원망스럽다. 

아쉬운릿지를 우회해 바위위에 오르니 운무가 자욱하다.  

 

걸어온 길 

아쉬운 릿지 

 

산죽이 많다. 

갈림길 

정상이 가까워지니 물기가 많다. 등로도 질척하고 물먹은 바위는 미끄럽다..

운문북릉의 독수리바위 

 

상운암 갈림길 ---  여기서 하산할 계획이다.

 

 

드디어 운문산정상(15:15)   몸은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아 기진맥진이다.

체력이 약해진 것인지, 갑자기 무리한것인지... 

정상에 왔지만 아무것도 주위에 볼것이 없다. 보이는 건 구름뿐...

1195m운문산 정상 ---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 다음의 봉우리다. 한 10여년만에 다시 찾았다.

 

 

바람만 훨훨 불어대고,야생화가 가득한 정상에서 5분간 쉬었다. 

가지산쪽을 쳐다보지만 아무것도 안보인다, 구름밖에는... 

산수국 

다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돌아와 하산길을 탐색하니 한,두개 시그널이 보인다. 가 본다.

가파른 산길이 내려쏟아지는데 온통 돌로 이루어진 너덜길 ---  천문지골의 시작점이다.

길이 좀 좋아진다 싶으면 산죽이 있는 내림길 --- 급하게 떨어지니 산죽을 움켜 잡을 수 밖에 없다.

바위와 돌들은 물을 머금어 얼음처럼 미끄럽기 그지 없는데... 몇번을 가파른 내림길에서 꽈당탕 ~ 미끄러졌는지 모른다.

내려오다 만난 천문지골의 실핏줄같은 가느다란 폭포

아 ~ ~ !!! 이런걸 두고 심산유곡(深山幽谷)이라고 하는구나 !!!

높은산, 깊은골 --- 산이 높으니 골이 깊다!!!

계곡은 내려올수록 깊어지더니 사방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짙푸른 이끼가 두껍게 붙어있고, 이끼들은 물을먹어 태고적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간히 보이는 시그널을 따라 내려오다 길을 잘못들어 알바도 수차례 할 수밖에 없었다.계곡 이쪽으로 갔다가 보니 길이 없고 또다시 돌아와 보면 길이 보이는 거같고...

(만일 누군가가 다시 이 길을 만난다면 무조건 계곡의 왼쪽길로만 계속 따르면 될 것이다)

지친 다리에 알바는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도 벌써 많이 흘렀다.

내려오다 도저히 힘들어 물가에 옷벗고 퍼질러 앉았다.체력이 바닥이다.

뜨거운 숨이 토해 나오고, 머리조차 어질어질하다.물은 얼음장 아래처럼 발을 잠시도 못담글만큼 차갑다.

오장육부가 다 불거져 시원해질 것을 기대하며 연신 찬물을 퍼부어 보지만 그래도 힘들다.

이제 다리에 쥐도 내리고  경련증상이 서서히 오는것 같다. 

사진찍을 정신도 없이 내렸다. 길이 보인다. 아마도 못안골쪽에서 내려오는 길인가 보다.

(딱밭재에서 내렸다면 아마 이 길로 내려왔을것이다) 

좋은 길을 만나니 정신은 안정이 되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다리는 자꾸만 이상한 증세를 보이고... 

내려오니 목골이다.목골 = 못안골 + 천문지골

합수되어 내려가는 목골로 내린 것이다. 

사방댐도 보이고... 

마지막 계곡을 건넜다.

편안한 길을 걷는데도 힘들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절집이 보인다.

'외부인 출입금지'란 표지판이 보이지만 들어갔다. 지쳐 도움이라도 구해볼 요량으로...

그러나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 섰다. 

돌아서 나오니 큰골이 내려오는수월교(水月橋)다 

다리 건너에 차들이 다니는 게 보인다. 휴 ~ ~  살았다!!!

다리를 건너니 '문수선원' 입구다. 

아무 차나 세웠다.다행히 차가 비상등을 켜며 멈춰 선다. 쪼르르 달려가 양해를 구하고는  차타고 운문사 주차장까지 왔다. 땀에 젖어 냄새까지 풍기는 내게 시원한 물까지 내주면서 걱정해주시던 부부가 고맙다.

경산에 사신다던 '3939' 레간자 차의 주인께 여기서나마 인사를 올린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해가 저무는 운문사 주차장에서 호거대를 보며 잠시 휴식을 가져본다 (18:35)

꼬박 9시간을 걸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여름산행 무리하게 다닐게 아닌것 같다.

먹을거 든든하게 넣고 유람다니듯 다니자고 스스로 누차의 다짐을 하지만 산에만 들면 걸음이 빨라진다.

오늘의 산길이 또하나의 경험이 되면 아마 담엔 이보다 더한 산행도 능히 할 수 있으리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