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스크랩] 몸 성히 잘 있거라-권석창

자유의 딱따구리 2009. 11. 9. 11:45

몸 성히 잘 있거라

자주 가던 소주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개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살던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문을 닫고 사라져 버렸다.
남자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천사를 따라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히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히 잘 있거라

권석창 시인
1951
년 경북 순흥 출생. 안동 교대 졸업, 대구대 대학원 수료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벌판에서」당선. 시집 『눈물반응』(1988), 『쥐뿔의 노래』(2005) 간행.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대구대 겸임교수, 현 경북 영주고 국어교사

출처 : 바람들의 작은 발자국 소리만 따라간다.
글쓴이 : Jakga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