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팔각산
2008년 11월 2일 일요일
가을빛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언뜻 부는 바람에도 나뭇잎들은 후두둑 낙엽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그 모양새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고 있는 계절이 조금은 야속하고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부질없는 나이탓인가요??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녘이면 나와 함께 가고싶은데가 있다며 아내가 나를 '그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 곳'은 두 군데 인데 한곳은 영주의 부석사이고, 또다른 한 곳은 청송의 주산지랍니다.
치기어린 소녀적 감상에 젖은 정서는 아닐런지요...ㅎㅎ
영주까지 갔다오기란 시간이 좀 모자랄것같아 그보다 가까이에 있는 청송으로 가서 주산지와 절골쪽 주왕산을 좀 흘기다 올려고 마음을 정합니다.
그러나, 아 ~ 그러나 때가 때인만큼, 노귀재를 넘어서자 왠지 청송으로 가는 차들이 좀 많다싶더니
청송소재지와 주왕산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언덕을 넘어서자 서행하던 차들이 아예 서 버립니다.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단체산객들을 태운 대형버스들과 자가용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할 수없이 주산지를 가기위해서는 부동면사무소를 지나는 길이 있기에 직진해서 그리로 다시 가 봅니다.
그러나 여기도 마찬가지 --- 주산지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막혀버립니다.
발갛게 익어가는 사과밭을 끼고 사과향 맡으며 한참 기다려 보지만 꿈적도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길가에서 포장을 치고 사과를 팔고있는 아줌마에게 만 원짜리 사과 한자루를 사서 아내와 나눠먹으며 차안에서 기다려 보지만 더 이상 진행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는 수없이 아내를 달래 영덕 팔각산으로 가기로 하고 차를 돌립니다.
빼어난 옥계계곡의 경치를 보며 신나게 달립니다.
오랜 가뭄끝이라 옥빛 계곡의 물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뿔같은 여덟 봉우리가 기암으로 자리해 있다해서 이름지어졌다는 팔각산(八角山)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마침내 도착한 팔각산장앞 주차장 모습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들머리를 향하여 --- 앞에 보이는 철계단 부터 시작입니다.
바위틈으로 놓인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올라갑니다. 108계단이라는데 세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계단에서 돌아본 주차장
무명무덤을 지나...
순한 사면을 돌고...
안부 --- 옥계계곡(도전리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다시 돌아본 주차장쪽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잠시 쉽니다.
올라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정상에서 쏟아져 내려와 중턱에 앉은 바위벽
처음으로 만나는 전망대
전망대에서 건너다 본 산줄기 --- 바데산쪽인것 같은데...
다시 가야할 봉우리들을 한번 쳐다보고...
옥계계곡과 가을빛을 머금은 정겨운 시골마을
산에는 바람이 요란하게 불어댑니다.
전망바위 위의 아내
1봉을 만납니다. 날라다니다 최근에 고정해 놓은듯한 표지석
1봉 끄터머리의 입석 --- 저 뒤는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다시 뒤돌아 본 길 --- 오늘도 미세먼지로 인한 연무현상으로 시야가 어둡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조망을 즐기는데는 별 무리가 없고,
끝없이 이어지는 밧줄길과 암벽
그렇게 험한 길을 오르면 2봉이 나옵니다.
2봉에서 3봉쪽을 쳐다본 모습
2봉 끄터머리의 조망
깎아내린듯한 2봉 내림길 --- 아내가 먼저 힘들게 내려가고 있는 모습
2봉과 3봉사이의 안부
3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갈래로 갈라집니다.일반과 암반
아내를 일반길로 보내고 나혼자 오른쪽으로 갑니다.
오름길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
다시 올라 가는 길
동대산과 내연산까지도 희미하게...
이젠 바위벽에 박아놓은 안전바도 등장하고...
3봉을 우회합니다.
5년전인가??? 친구들과 이 산에 왔을때가 떠오릅니다.
바로 여기 --- 이 구간에서 산객 한 명이 올라가다 발을 헛디뎠는지는 몰라도 뒤로 굴렀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죽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수도 없었고... 그러나 다행히 그사람 살았습니다.
몇 바퀴 정신없이 굴러가더니 몸과 베낭이 나뭇가지 사이에 걸린 모양입니다. 보고만 있던 우리를 향해 씨 ~ 익 웃으며 멀쩡히 올라오는게 아니겠습니까... 햐 ~ !!! 진짜 한 10년 감수했습니다.
암튼 여기는 실제로 등반사망사고 구간이기도 한 위험구간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급경사로 실려나간 지계곡에 통나무를 엮어 다리를 놓았습니다.
4봉도 건너뛰고...
4봉에서 5봉으로 가는 안부 --- 여기서 다시 길이 합쳐집니다. 아내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5봉으로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긴 마찮가지입니다.
아내가 먼저 오르기 시작합니다.
뒤돌아본 3봉 --- 4봉은 조금 보이네요...
아래로 주차장이 보이고 왼쪽에 올라온 능선이 보입니다.
5봉 오름길에 돌아본 4봉과
같은자리에서 보이는 7봉
5봉 가는길의 고사목
암봉은 윗쪽부터 뾰족하게 생긴게 바위들은 잘게 쪼개지는 결이 있어 칼날처럼 날카로운 것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본 3,4봉
4봉과 그 아래로 올라온 길
5봉 --- 봉우리 정상마다 분재같은 소나무들이 바위틈에서 생명을 이어가는게 여간 예쁜게 아닙니다.
5봉의 뒷쪽으로 보이는 산성골쪽 풍경 --- 멋진 경관들이 펼쳐집니다.
가야할 6봉(오른쪽)과 7봉 가운데(뒤로)는 8봉(정상)
6봉으로 가는 길
다시 6봉에서 내려 갑니다.
6봉에서 바라본 7봉과 정상(8봉)
뒤돌아본 6,5,4,3의 연봉들
7봉의 위용
7봉은 바로 오르지 못하고 우회해서 올라야 합니다.
7봉 오름길에 본 8봉(정상쪽)
표지석을 꼭대기가 아닌 허리춤에다 박아 놓았습니다.
7봉에서 본 5,4,3봉
여기서 배터리가 없어 임시용으로 충전해가며 찍은 사진임.
내림길
산성골 가는길의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안동임씨'묘
거의 다내려온 지점의 전망대에서 본 주차장 --- 빼곡하던 주차장이 많이 썰렁합니다.
산행끝 --- 세시간도 안되는 짧은 길입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편안함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고통이라는 좀 비싼 댓가를 치루고 생기는 것' --- <도스토예프스키>
오늘 아내는 주산지 못지 않은 경치와 풍광을 가슴에 안고 몸은 비록 고되지만 마음 한가득 뿌듯한 행복감에 젖을 것이리라 믿습니다.
바위위에서 천길의 낭떠러지를 내려다 보며 느끼는 짜릿함.
그 짜릿함을 하루하루의 삶을 살면서 지칠때,또는 긴장감이 풀릴때마다 꺼내보는 여유를 느낄 수있기를 바라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