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스크랩] 아배생각 / 안상학

자유의 딱따구리 2008. 7. 4. 16:04

 

아배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출처 : 청춘대학교(남녀공학)
글쓴이 : 총장 원글보기
메모 :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7年 11月의 新川'으로 당선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