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경계탐사(마치재 - 만불사)
오랜 침묵과 움츠림끝에 가까이 온 가을을 핑계삼아 다시 산길을 갑니다.
언제나 어머니 품과같이 푸근한 산 --- 인간사 백팔번뇌를 떨치고저...
한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경계탐사 선발대 일행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딥니다.
시작은 황수탕에서 경주시 현곡으로 넘어가는 '마치재'에 실로 오랜만에 산길에 발을 붙입니다.
영천시 고경면과 경주시 현곡면의 경계인 마치재입니다.
차를 세우니 현곡쪽은 도로변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산자락에 살짝 발을 들입니다.
들머리에다 리본하나 매달고... 오늘 함께한 시청 문화관광공보과 이한진씨.
처음부터 가파른 산길을 만나 비지땀을 쏟아냅니다.
날씨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않고 잔뜩흐려 전체가 밤처럼 어둡습니다.
산길을 가로질러 쳐놓은 수없는 거미줄때문에 여간 성가시고 , 귀찮은게 아니지만 꿋꿋하게 헤치고 갑니다.
현곡의 남사마을 앞 내태저수지가 보이고 멀리 경주시가지 모습도 살짝보입니다.
갑자기 너른 임도와 함께 넓은 농장이 나타납니다.
남사봉 아래 무밭에서 농부가 풀을 뽑아내고 계십니다.
허리가 마 ~ 이 아프실듯...
작황이 쓱 ~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길 끝으로 임도를 버리고 산에 발을 들이면 남사봉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됩니다. 다시 땀 좀 쏟을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남사봉에서 처음 휴식을 하고,
남사봉 오르기전 버렸던 임도를 다시 만나고.
전에 오를때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잔디를 심고 있었는데 그때 골프장을 할거라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잔디와 함께 잡풀이 가득합니다.
다시 잠시 쉽니다.
황수탕 뒷길 --- 이후 산길은 평탄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진행됩니다.
한무당재로 내립니다.
쉴새없이 한무당재 길을 건너 다시 산자락으로 올라섭니다.
316.4봉의 삼각점
약무글산악회 표지기 뒤에 경계탐사대 표시기도 답니다.
산마루에 연못(늪)이 보입니다. 신비롭네요...
김해김씨 무덤 저 ~ 앞으로 관산이 보입니다.
관산 앞에 당도합니다.
급경사 --- 코를 땅에다 박으며 거의 기다시피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관산 오름길은 왠만한 산꾼들도 힘들어 하는 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산 정상에 다다릅니다. 언제적에 누가 달았는지는 몰라도 빛이 바래 조금은 추레해보이기조차 합니다.(393.5m)
관산 정상에 자리잡은 무덤의 봉분사면에 박혀있는 삼각점
대개 산에서 몸을 상하는 일은 내림길에서 일어납니다.
무릎이 안좋다는 한진씨 보호대를 두르고...
생각난 김에 주저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약 30분 점심을 해결하고 일어서니 무덤같은데서 큰 구멍이 뚫려 있어 조금은 겁이났습니다.
산길에 왠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치우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쏟아내고 지친 몸을 재촉합니다.
거대한 집안의 납골묘지에 오니 희한한 모양의 버섯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임도처럼 길이 넓게 나있습니다.
패랭이꽃이라고 찍었더니 참... 이런 기술로는 도무지...
밀양박씨 무덤군을 거쳐갑니다.
아직 벌초를 하지않아 잡풀들이 우거져 허리까지 차오릅니다.
다시 임도를 만나고....
계사 가까이 왔습니다. 고약한 냄새와 함께 흘러내린 분뇨로 질퍽한 길을 걷노라면 길가 밭에 이름모를 약초가 한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반대편엔 수세미도 가득 심어져 있고...
수세미 밭을 지나 뒤돌아 보면 관산이 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계사를 빠져나오면 트인 앞으로 만불사 대불이 보이고 구룡산이 저멀리 자리해 있습니다.
계사로 가는 시멘트 포장길을 한동안 따르다가...
포장길을 버리고 전봇대 옆으로 다시 산길에 발을 붙입니다.
탱자열매 --- 이제 가을이 익으면 저 열매도 노오랗게 익게 될테죠...
잠깐 한눈파는 사이 정맥길을 따르다 약 20분정도 알바를 합니다.
시경계길은 주욱 정맥길을 따르다가 만불사 가까이 와서는 정맥길을 버리고 만불사 대불이 서있는 능선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키보다 더 큰 잡풀들을 헤치며...
만불사 대불입니다.
여기서 경계길을 제대로 걷는다고 호기(또는 객기)를 부리다가 가뜩이나 지쳐있는 몸에 길없는 길을 한참 헤메돌다 만불시 연못둑을 건너 만불사 앞으로 나옵니다.
함께 고생한 이한진 주사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약 6시간 30분의 산행 --- 육신은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고단해도 가슴 한가득 부풀은 마음은 가볍기만 하네요.<끝>